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삼성이 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 등 경쟁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밝히고 있는데 반해 삼성은 이 부회장 부재로 인해 기존 투자 방침 외에 신규 투자 에 대한 결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총수가 복귀할 때까지 대규모 투자 계획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존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투자는 이 부회장이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 뒤로 미뤄둘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은 평택 고덕산업단지내에 반도체 생산공장 조성을 위해 사업비 15조6000억원을 투입했다. 공장 건설에 5조6000억원을 쏟았고 반도체 설비 투자에 10조원을 사용했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돼 올해 상반기 중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3D 낸드플래시와 차세대 IoT(Internet of Things)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은 기흥, 화성, 평택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트를 완성하기 위해 평택 지역에 향후 총 10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트 조성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최강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총수 구속 사태는 삼성의 이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마저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클러스트 조성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 결정을 총수 없이 사장단 차원에서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OLED 투자에 힘을 쏟아온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이 치열해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을 추월하기 위한 기술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충남 아산의 A3 생산 라인에서 생산하는 6세대 블렉서블 OLED 패널 생산량을 기존 월 1만5000장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월 7만장으로 늘릴 방침이다.

올 초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25억달러(약 3조원)을 투자해 베트남의 생산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스플레이의 투자 규모가 몇 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사장단 선에서 결정하는 것보다 이 부회장이 복귀한 후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사이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는 것도 삼성에게는 부담이다.

반도체 분야에서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고, 반도체 소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소재 실리콘 웨이퍼 사업자인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업계 1위인 삼성 반도체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SK머티리얼 등 기존 소재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LG실트론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시장에서는 경쟁업체인 LG디스플레이 등이 OLED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투자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에 OLED 생산 중추 역할을 할 'P10'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201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투자 금액은 약 9조원이다. 중소형 OLED 생산시설에도 1조9900억원을 투자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삼성이 대규모 투자 방안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은 사장단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지만 기업인수, 대규모 투자 등은 총수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삼성이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기존 투자는 이미 결정된 대로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OLED 패널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선점하고 있던 업계에 경쟁업체들이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총수부재로 인한 삼성 디스플레이의 투자 위축 등을 우려했다.

/최환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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