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골격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대다수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통신비 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요금 인가제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3일 국회와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일 시행된 단통법을 당분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단통법은 예상보다 적은 보조금으로 인한 휴대폰 체감 구입비용 상승, 아이폰6 보조금 대란 등으로 '보조금 상한선', '요금 인가제' 개정 논란에 휩싸였었다.

방통위는 현행 보조금 상한선(30만원)을 없애는 등 단통법 개정을 당분간 고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선 개정과 관련,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보조금 상한선을 늘려도 모든 이용자에게 (보조금)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상한선이 올라가더라도 이통사가 전체 보조금(마케팅) 지급 규모를 늘리지 않는 한 기존처럼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보조금이 집중,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여전히 보조금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것. 통신시장의 휴대폰 가격 인하 흐름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도 방통위가 보조금 상한선 등 단통법 개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최근 이통사는 단통법 시행 후 침체된 통신시장에서 주머니를 닫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휴대폰 재고를 덜기 위해 휴대폰 가격을 내리고 있다. 미래부는 요금 인가제와 관련, 폐지가 아닌 보완으로 가닥을 잡았다. 미래부는 요금인가제 개선안으로 이통사가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때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을 규정하는 '요금 상한제'를 검토 중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미래부가 요금제에 캡(상한선)을 씌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요금 상한제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보조금이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통신 과소비 조장을 막고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을 확대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5:3:2(SK텔레콤:KT:LG유플러스)로 고착화된 상황에서 요금 인가제가 폐지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만 유리한 경쟁환경이 조성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동통신)과 KT(유선)는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고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보조금 상한선 폐지', '요금 인가제 폐지' 등 단통법 개정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단통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데다 여야 간 입장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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