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아래) 제1회 여성 극작가전 - 극단 로얄씨어터 최명희 作. 류근혜 연출 中 나혜석 장면

(김예지 기자) 위대한 그리스의 웅변가 데모스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작은 기회로부터 종종 위대한 업적이 시작 된다’라고. 이 같은 말처럼 누군가에게 그냥 스쳐갈 수 있었던 작은 기회가... 혹은 일상에 찾아오는 우연한 사건이 인생의 기로(岐路)를 바꾸는 위대한 모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이 위대한 업적이 되어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벅참을 느낄 수도 있다.

미술학도 출신에 우연히 찾아온 기회로 연극에 발을 들여놓게 된 후 여성연출가로서 대학가에 산뜻한 봄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녀. 류근혜 연출가 역시 마찬가지다. ‘연극은 구원이다’라고 말했을 만큼 그녀는 단 하나의 선택으로 그녀 인생에 스스로의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연출가. 류근혜를 만나본다.

◈ 풋풋한 그녀, 또 다른 나를 마주하다.

저는 1남 4녀의 막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어요. 중·고등학교에서는 미술활동을 하면서 전국미술대회에서 수상까지 하게 됐지요. 때문에 서양화를 전공하기 위해 상명대학에 입학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교 2학년, 처음으로 우리 대학에 연극반이 생겼고 상명대 미술학과 재학중 연극반에서 활동하게 되었지요. 당시는 상명대학교가 상명여자사범대학으로 여학생만 있어 제가 좀 큰 편에 속해 계속 남자 배역을 맡아왔습니다. 그러다 졸업 전 4학년에 딱 한번 여자 역을 맡게 됐지요. 그리고 상급생이 되면서 연출을 하게 됐고 배우로서 느껴보지 못한 작품 전체를 그려보고 표현할 수 잇다는 것이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림은 혼자서 하는 작업으로 내성적이던 제 성격과 아주 잘 맞았다면 연극은 제게 숨겨진 또 다른 나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나의 든든한 지원자, 가족

계속해서 연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도움이 가장 컸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부모님 몰래 활동해 종종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늦는다고 핑계를 대곤 했지만 말이에요. 대학 4학년에 가르샤 로르카 작「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에서 모든 배역이 여자 역할만 있어서 처음으로 여자 역을 맡게 되었지요. 당시 의상이 검은 드레스였는데 어머니와 이모가 그 의상을 손수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가족들의 지지가 시작되었어요. 특히, 저희 어머니 오금랑 여사께서는 2008년 타계하셨지만 늘 도전의식이 강하고, 판단력이 뚜렷하며 결단력 있는 성품으로 저에게 자유와 책임감을 갖게 해준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분이지요. 지금은 부모님에 이어 연극하는 막내를 위해 언니들의 도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들

저는 연극 현장에서 여성연출가로서 큰 어려움 없이 활동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1982년 첫 연출을 맞아 지금의 아르코극장 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릴 당시 연극계의 대표 여성연출가이신 강유정 선생님께서 여성을 대표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또 제가 활동한 극단 에서도 연극계의 거목이신 이진순 선생님과 선배들이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또한 예술과 인생을 알기에는 아직 부족한 27세의 저에게 연출자라는 역할을 맡겨준 문석봉(현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대표님의 결단력 역시 저에겐 큰 힘이었습니다. 제가 정극과 뮤지컬, 국악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연출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여러 선생님과 선배님들의 조연출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이지요. 그 경험 덕분에 제가 연출을 하는데 큰 재산이 되고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전 어려움보다는 큰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활동과 작품들에 대하여...

오랫동안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고 있으며, 교외 활동으로는 현재 극단 로얄씨어터 상임연출과 한국연극연출가 협회 부회장,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직을 맡아 조금 바빠졌어요.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여성연극인들의 권익을 위해 1993년도 창단하여 이제 20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는 부회장직을 맡아 ‘제1회 여성극작가전’을 개최 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어서 회장으로 선출되어 새롭게 조직을 개편하고 2013년 2월에는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중국의 곽말약 작, 강영매 역의「굴원」의 독회 공연을 올렸으며, ‘제2회 여성극작가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극단 로얄씨어터의 147회 정기 공연으로, 성남문화재단 초청으로 2014년 4월 4일~6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최명희 작「화가 나혜석」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지요.

◈ 올해로 28년을 맞는 로얄씨어터

연극을 통한 문화예술향유에 앞장서다.

극단 로얄씨어터는 1987년 서울명동에 있는 삼일로 창고 극장에서 배우인 대표 윤여성을 중심으로 약 40여명의 단원들로 창단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배우가 극단을 창단하는 것은 최초였을 것입니다. 올해로 27년을 맞이하며 그동안 정극 위주로 창작극과 번역극 등 100여편의 작품을 146회 정기 공연을 올렸고, 1990년도부터 장애우를 위한 연극지도와 2008년부터 실버극단 「청춘」과 청소년 연극교실등 연극을 통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는 서대문문화회관의 상주단체로 선정 되어 지역주민의 문화예술향유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 여성연출가. 여성의 삶을 재조명하다

제 자신을 보면 저희 부모님께서는 아들과 딸에 대한 차별이 없으신 분이었습니다. 물론 형제가 1남 4녀 다보니 오빠와 언니이 자랄 때는 차별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막내여서인지 저는 불평등을 전혀 느껴보지 않았고 결혼에 대해서도 그다지 강요받지 않았습니다. 위의 형제들 덕분에 지극히 자유로웠지만 그에 따른 제 자신에 대한 책임감 또한 중요했습니다. 따라서 여성에 대한 주제를 구지 찾으려 하지는 안았으나 사회의 문제들을 바라보니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해서 발생되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남자 연출가 보다는 여성의 심리나 시각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저에게 연출의 기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여성의 문제를 계속해서 다루게 되는군요. 4월에 공연되는 화가 나혜석에 이어 차기 작품도 조선의 여인 허난설헌 에 대한 작품이나 국내 여성 무용가를 다룬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그녀

예술이란 시대를 앞서가며 우리사회의 변혁을 추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실험성이 바탕이 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정서적 감흥을 이끌어내어 우리 사회를 발전 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예술행위라는 것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때문에 저 역시 초창기의 실험성이 강한 작품이나 대단한 이슈가 되는 작품보다는 인간의 삶 중에 아주 작은 한 부분이라도 관객이 따뜻하게 느끼고 그로인해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즉 연극을 통해 우리의 사회가 아름다워 질수 있는 작품들을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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