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만남'인 북미정상회담은 청와대 회의 풍경도 바꾸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전 9시53분부터 10시12분까지 19분 동안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 참석 국무위원들과 북미정상회담의 시작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시작 10분 전 참석자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만 문 대통령은 "오늘은 차담하지 말고 먼저 들어가서 시청합시다"라고 말하며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조 장관은 '북미정상회담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전망이라기보다는,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정말 기도하는 마음이다"라고 다시 말하며 심경을 내비쳤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매주 번갈아 가면서 주재하며 이날은 마침 문 대통령의 순서였다. 북미 정상회담과 국무회의 시작 시간이 겹쳐 국무회의 일정이 변경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예정대로 진행됐다.

대신에 이날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 한켠에는 벽을 가득 채우는 대형 스크린이 걸렸다. 빔 프로젝터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생중계 화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국무위원 책상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공용 텔레비전 6대가 놓였다. 문 대통령 자리에는 개인 텔레비전이 별도로 마련됐다.

조한기 의전비서관은 '국무회의 전 북미 정상회담 생중계는 누구 아이디어인가'란 질문에 "누구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워낙 중요한 이슈이니 생중계를 보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의중도 반영됐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생중계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모두들 집중해 시청하느라 회의장에는 텔레비전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오전 10시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자 문 대통령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북미 정상이 악수하고 인사말을 나누는 모습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옅은 미소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오전 10시10분이 되자 조한기 의전비서관이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국무회의 시작 여부를 물었다. 문 대통령이 "조금 더"라고 말하며 손짓 사인을 보내자 참석자들이 웃었다. 문 대통령은 30초 정도 생중계를 더 본 뒤 국무회의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됐다.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싱가포르에 가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저도 어제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우리에게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남북미 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성공적인 회담이 되기를 국민들과 함께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해 "국민들께서도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 투표가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한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어제(11일) 한미 정상 통화를 했는데, 오늘 북미 정상회담 후에 김정은 위원장과 핫라인 통화를 하느냐'는 기자 물음에 "아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한병도 정무수석은 '북미 정상회담에 지방선거 주목도가 떨어졌다고 보는가' 질문에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오늘 북미 정상회담이 중요하다"면서도 "저한테는 (직무 때문에) 아무래도 내일 지방선거가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이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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