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했다고 17일 보도했다./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군부대를 시찰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제재 완화'를 압박하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안보 분석가들을 인용, 김 위원장의 지난 16일 군부대 시찰에 대해 "제재에 대한 타협이 없을 경우 '대치 사이클'로 돌아갈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WSJ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이후 새로운 전술무기 실험을 참관하기 위해 군사시설을 방문한 적은 처음이라고도 했다.

유언 그레이엄 호주 라트로브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문제에 있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경우 판돈을 올리기 위한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김 위원장은 의미 없는 시찰을 하지 않는다"며 "그는 국제적으로는 군사적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국내적으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WSJ는 북한이 미국과 약속에도 불구하고 핵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해 왔다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연구소(CSIS) 보고서도 소개했다.

CSIS는 영변 핵시설 인근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당초 해체했다고 주장한 미사일 기지를 복원하고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시설을 계속 운영해왔다고 분석했다.

WSJ는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핵협상 태도를 바꾸거나 우울하고 매우 위험한 결과를 무릅써야 한다고 했다'고 언급한 뒤 양국 지도자가 최근 수일간 긴밀한 개인적 관계를 강조했지만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요구하는 미국에 좌절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재건을 공약으로 내건 김 위원장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재 완화가 필요하지만 핵 협상 교착 상태를 타개할 지렛대가 거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를 찾아 비행훈련을 현지지도하고, 신창양어장에서 수산물 공급 확대를 주문하는 등 군사행보와 경제행보를 함께 펼쳤다.다음날인 17일에도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하고 지도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시정연설에서는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권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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