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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시사하는 데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동결론’까지 부상하는 가운데 내년에 적용될 법정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3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에 착수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3월29일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함에 따라 근로자 생계비·유사근로자 임금·노동생산성·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오는 6월27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지 90일 이내에 논의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마다 막판까지 노사 간 갈등이 반복되면서 이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



고용부 장관은 매년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해야 하는데 이의신청 기간 등 행정절차(약 20일)를 감안하면 7월 중순이 데드라인인 셈이다.

올해도 노사 간 극한 대립 구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7월 중순 께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7월14일 새벽 4시40분께 사용자위원 9명이 불참한 가운데 근로자위원 안(8680원)과 공익위원 안(8350원)을 표결에 부쳐 공익위원 안인 8350원(10.9% 인상)으로 결정됐다.

올해 심의가 시작되면 경영계는 동결을 넘어 마이너스 인상률을 주장하고, 노동계는 두자릿 수 플러스 인상률을 주장할 전망이어서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올해도 노사 간 충돌이 극심할 경우 결국 공익위원들이 키를 쥘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들은 고용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 입맛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년 노사가 맞서면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최근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언급한 데 있어 정부 부처 장관들도 잇따라 속도조절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2년(2018년 16.4%, 2019년 10.9%)에 비해 대폭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KBS와 대담에서도 "(최저임금은) 2년간 꽤 가파르게 인상됐고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부담을 주는 부분도 적지 않다"며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최근 청와대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3~4% 인상설이 불거진 바 있어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4일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8명을 새로 위촉했다. 기존 공익위원들이 지난 3월 한꺼번에 물러난 데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첫 전원회의에서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위원장은 공익위원 중에서 위원 호선(互選) 방식으로 선출하도록 돼 있다.

다만 공익위원 중 가장 연장자인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박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 선출될 위원장은 30일 오후 2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최저임금 심의 일정과 각오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권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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