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기업 총수들에게 "대미 투자 확대"를 직접 언급하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인구·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축소와 최저임금 등으로 국내 시장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대미 투자 여력이 얼마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롯데와 CJ그룹은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3조6000억원 가량의 대미 투자(루이지애나 주 에틸렌 공장 설립)를 단행한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방한 계기의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간담회 참석 직전 기자들과 만나 "추가적인 대미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루이지애나 공장을 증설하고, 동부 지역에서 리조트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간담회 참석 후 투자 의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식품·유통사업에 최대 10억 달러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A나 미국 내 공장 추가 건설 및 설비 확장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롯데와 CJ를 각별히 챙기는 분위기로 미뤄 이미 투자 약속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라는 비전을 발표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어 반도체 분야 투자 확대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 정부가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하자 지난해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2005년부터 미국 앨라바마 공장 등을 운영하는 만큼 추가적인 투자 확대를 고민할 수 있다.

SK그룹은 미국 서부, 텍사스, 동부 등 미 전역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16억 달러를 투자하고 1400명을 채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 가전 공장을 건설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기업들을 단체로 모아놓고 간담회까지 진행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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