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정국'을 통해 국민적 요구가 높아진 '공정성' 회복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교육 전반에서 공정을 재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며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했다.

이어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며 "경제 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교육 부문과 관련해서는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소개하면서 공정과 함께 혁신, 포용, 평화를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 정부 남은 2년 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로운 경제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더 활력있는 경제를 위한 ‘혁신’,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포용’, 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공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평화’, 네 가지 목표가 담겨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총지출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000억원 규모로, 총수입은 1.2% 늘어난 482조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혁신'의 힘을 키우는 재정의 역할과 관련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에 1조7000억원,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신성장 산업에 3조 원을 투자하고, 핵심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에도 2조1000억원을 배정해 올해보다 크게 늘렸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투자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무역금융을 4조원 이상 확대하고 기업 투자에 더 많은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며 "지역에서부터 혁신과 경제 활력이 살아나도록 생활 SOC,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규제자유특구 등 ‘지역경제 활력 3대 프로젝트’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화를 위한 재정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남북 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경제·문화·인적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며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했다.

내년도 확장 예산 편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재정이 앞장서야 한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분도 계신다. 우리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이라며 "하지만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충분할 정도로 성장했고 매우 건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의 협조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길 바란다.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전했다.

특히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싶다"며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며 "공수처법은 우리 정부부터 시작해서 고위공직자들을 더 긴장시키고 보다 청렴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했다.

/신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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