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종합감사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종합감사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경종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로 고민에 빠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기준 금리 압박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은 이미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다.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했다. 지난 7월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를 기록하며 0%대로 내려앉았다.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난 1분기를 제외하면 1년 만에 가장 저조하다.

이 때문에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10년 만에 1%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0~2.1%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재무장관 회의 및 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0%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1%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건 4차례뿐이었다. 1956년(0.7%)을 비롯해 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9년(0.8%) 이었다.

다급해진 정부와 여당은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넣고 있다.

지난 24일 홍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열석 발언권을) 필요하면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석발언권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정부 인사가 참석해 입장을 전달하는 제도다. 정부가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건 2013년이 마지막이다.

이날 국감에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지난 금통위에서)금리를 0.5%포인트 내렸어야 했는데 왜 0.25%포인트만 내렸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한은은 난감해진 상황이다. 금리를 내린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섣불리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금리를 내리면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선진국과의 금리차로 인한 자본유출이나 이미 과중한 가계부채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직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닫아 두지는 않은 상황이다. 성장률 악화나 정부와의 정책 공조, 국내외 경기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금리 정책 여력이 남아있다"며 "단기간 내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완화 정도를 얼마나 크게 할지는 주요 대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상황과 그것이 국내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상황변화, 7월과 이달의 금리인하효과 등을 보며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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