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권박의 '마구마구 피뢰침' 등 67편이 제38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진=민음사 제공/뉴시스
시인 권박의 '마구마구 피뢰침' 등 67편이 제38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진=민음사 제공/뉴시스

(박남수기자)제38회 김수영 문학상에 시인 권박(36)이 영예를 안았다.

민음사는 "투고된 170편의 원고 중 예심을 거쳐 올라온 9편 중 권박 시인의 '마구마구 피뢰침' 외 67편을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인 김행숙 시인은 수상작에 대해 "그의 시들을 나는 어디에서도 읽은 적이 없었다.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모종의 기시감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며 "페미니즘과 초현실주의가 만나 폭죽을 터뜨리고, 정치적인 것과 시적인 것이 새로운 포옹법을 실험한다"고 평했다.

권 시인은 직접적인 수상 소감 대신 자신의 이름 '권박'이 탄생한 배경을 전했다.

권 시인이 작가로 활동하면서 사용한 기본 약력은 '1983년생 권민자(珉子)'였다고 한다. "아들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지어낸 것"이라며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면서부터 실망스러운 사람, 막막한 사람이 돼야 했다"고 설명했다.

권 시인은 그러면서 "여자아이에게 자(子), 남(男)을 써서 이름을 짓는 일은 199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일어나는 일"이라며 "여성을 넘어 작가로서 쓰고 싶은 것에 대해 숙고해야겠다고,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므로 이름을 없애고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을 같이 쓰자고 결정했다. 이름 없는 이름, '권박'은 그렇게 탄생했다"고 부연했다.

권박은 동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김수영문학상은 1960년대 자유와 저항정신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김수영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 후진 양성을 위해 1981년 제정된 시문학상이다.

저작권자 © 시사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