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엿새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새 천막을 치고 있다./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엿새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새 천막을 치고 있다./뉴시스

(이승재기자)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일주일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단식 텐트' 철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은 황 대표가 영하를 밑도는 추운 날씨 속에 노숙 농성으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는 등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청와대 사랑채 앞에 대형 몽골식 텐트로 천막농성장을 만들었다.

청와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 텐트의 철거를 요구했다. 청와대 김광진 정무비서관이 25일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형평성 과 규정상의 문제가 있어서 자진 철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관광공사도 26일 단식농성장을 찾아 한국당에 천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청와대 사랑채 앞 구역은 국유지로 한국관광공사가 관리·운영을 맡고 있다.

황 대표의 '단식 텐트'가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이유로 강제 철거될 조짐이 일자, 한국당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가 목숨 건 투쟁을 한다. 친정권 세력의 수많은 천막은 눈감고 겨우 추위나 막을 천막마저 뺏을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이해찬 대표, 면피용 방문할 생각 말고 진짜 단식 중단시킬 해법을 제시하시라"고 요구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단식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밖에 없다"며 "그런데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으면서 나와서 손 한번 잡고 정국 같이 풀어가자는 얘기는 못할망정 문체부, 관광공사 등을 뒤에서 조정해서 비닐 뜯어내겠다는 협박이나 하는 정치는 그만하길 바란다"고 쏘아 붙였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세안 국가정상들과는 협력 동반자, 우호, 우방, 형님 이야기를 하고 청와대 헬기로 불러 융성하게 대접하지만, 국민의 대표인 야당의 대표가 단식하고 몸져 누워있는데 경호상 이유로 철거를 요청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6일 "제1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을 무시한 '황제 단식'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조속한 철거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는 빨리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시든가 아니면 단식을 접고 국회로 돌아오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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