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대신 슈퍼맨을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가슴을 드러낸 모나리자….

변종곤(67)이 다양한 오브제로 풀어낸 작품은 생동감이 넘친다. 주인을 잃은 낡아빠진 오브제들은 그의 손을 통해 의미를 부여받고 생명력을 얻는다. 작품들은 유쾌하거나 해학적이고 풍자적이다. 각각의 스토리로 무언가의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변종곤은 1981년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해 활동해왔다. 1970년대 반미감정을 작품에 쏟아냈던 그는 1인용 전기밥통 하나 들고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미국의 팝아트와 내 작품이 잘 맞을 것 같았다. 프랑스는 모든 게 아름다워 작품이 약해질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도착한 그는 3년간 비참하게 생활했다고 했다. 돈이 없어 재료를 살 엄두도 못 냈다. “길거리에 버려진 냉장고나 라디오 등을 들고 집으로 가져와 해체해보니 인간과 닮았더라. 내가 외로워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당시 무작정 그런 오브제들을 시도하고 연구하면서 이 작업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극사실주의의 선두주자였던 그는 1978년 제1회 동아일보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철수된 미군 공항의 모습을 그렸다는 이유로 반체제 인사로 낙인 찍혔다. 정치적 탄압과 지나친 감시로 도망치듯 미국 땅을 밟았다.

“호주머니에 죽음을 넣고 다녔다”고 회상할 정도로 힘겨운 생활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창작의 자유를 만끽하며 작품 세계를 펼쳐냈다. 그가 그곳에서 모은 오브제들은 어느 순간 엄청난 양이 됐다. “오브제들은 가족이자 내 일부분과도 같다”며 “다양한 오브제들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웃었다.

그가 버려지거나 구매한 물건들로 만든 작품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85 갤러리아포레 지하 2층 더 페이지갤러리에 설치했다. ‘리 컬렉션(Re:collections)’이란 제목으로 22일부터 60여 점을 소개한다.

커다란 와인병과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현악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신부와 수녀가 키스하는 사진으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의류업체 베네통 광고를 패러디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샤넬 향수를 들고 있는 인디언의 모습을 통해 물질 만능주의적 사고를 지적한 작품도 있다.

그의 작품은 여행을 통해 탄생한다. 돈이 생기면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로 떠나 그곳의 문화를 경험하고 작품에 녹여낸다.

앞으로 계획은 “딱히 없다”고 했다. “뭘 할 건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게 작품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껄껄거렸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다. 02-3447-0049

저작권자 © 시사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