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이냐 침체냐의 갈림길에서 '메르스'라는 돌발 변수가 터져 나오면서 11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메르스의 여파로 소비까지 흔들리고 있어 금리를 추가로 낮춰 경기 침체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기 회복세와 메르스의 파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6월 금통위의 향방은 메르스의 확산 추이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메르스'로 소비지표 타격…"금리 인하해야"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저조한 실적을 그리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와 메르스의 여파를 근거로 들고 있다.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그리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5개월째 0%대에 그치는 등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미약하나마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소비마저 메르스에 발목을 잡히면서 내수부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확인된 경기 지표들이 썩 좋지 않았는데 '메르스' 요인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기 시작해 5월 소비 지표도 흔들릴 수 있다"며 "수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수 안정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정책적 노력이 나와야 할 타이밍"이라고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4월 사업생산이나 5월 수출통계를 볼 때 소비가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출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고 메르스에 따른 소비 위축도 따라오고 있다"며 "2분기 성장률도 1분기보다 높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에 메르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비 심리와 경제 전망의 긍정적인 시그널이 상쇄될 여지가 생겼다"며 "아직 수치적으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3% 이상 경제 성장률 달성의 최대 리스크를 메르스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책 당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에서는 돈을 푼다거나 통화 당국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금리인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추경 없는 금리 인하 효과 없어"

반대로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나오고 있다. 추경 편성 없는 금리 인하는 효과가 없을 뿐더러 이제 막 회복 기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경기 흐름을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이번 달까지는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일단 경기 흐름을 지켜보면서 '메르스발' 소비 부진 정도를 면밀하게 점검한 다음에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7~8월께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정부의 추경 편성 등이 같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원도 "국내 경제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비 회복, 소매판매 회복 등을 봤을 때 경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아직 진행되고 있는 메르스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본 후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 동결을 점쳤다.

다만 "6월에 금리를 동결한 이후에도 경제여건이 안 좋아지면 7월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는 시점에 가서 추가 인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도 금리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가계주택담보대출이 지난 3월 전년비 11%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증가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미 올해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상황에서 추가로 무리하게 통화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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