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한국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경기가 살아날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악재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번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2003년의 사스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발생 15일이 지난 지금 지난해 터진 세월호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충격이 쉽게 가시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도 이같은 답답함이 담겼다. 메르스에 따른 영향이 아직 포함되지 않았는 데도 성적은 기대이하다.

기재부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증가세가 둔화되고 수출 둔화 영향으로 생산 투자 회복도 지체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4월 고용의 경우 기상악화 등으로 취업자 증가인원이 전년동월 33만8000명에서 21만8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5월 수출은 연휴가 많았던 당월 특성상 조업일수 부족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전년동월에 비해 10.9%나 빠졌다.

내수도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이 안되다 보니 생산도 줄었다. 4월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자동차, 통신장비가 증가에도 불구하고 석유정제 화학업계의 정기보수 등으로 전월비 -1.2%, 설비투자지수는 -0.8%, 건설투자는 -2.6%를 각각 기록했다.

아울러 소비를 나타내는 4월 소매판매액은 29조8860억원으로 전년동월보다 2.8% 증가했으나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2% 부족했다. 그동안 큰폭의 증가세를 보였던 일평균 주식거래대금도 4월 10조9000억원에서 5월 9조8000억원으로 1조원 축소됐다.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는 4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보합에 머물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회복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메르스까지 덮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세월호 참사로 경제성장률이 0.2%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메르스가 더 확산될 경우 세월호의 충격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메르스사태 이전에 일부 해외IB들은 이미 우리나라의 올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상했고 OECD, KDI등은 사실상 2% 후반으로 전망했다. 메르스 여파로 2% 초중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나름대로 이에 화답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8일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메르스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적기에 충분하게 지원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혀 추경의지를 간접 시사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등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추가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6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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