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책'에 주택시장 냉각 등 시장 혼란만 부추겨

1년 전 부동산 시장 활성화 명분으로 대출규제를 풀면서 '빚 내서 집을 사라'고 유도하던 정부가 이번에는 '집을 사기 위한 빚 내기'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금융소비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부는 22일 대출자의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크게 세가지다.

먼저 주택 담보 대출은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 모두 나눠 갚아라, 두번째는 소득 범위 내에서 대출 취급이 이뤄지도록 은행들은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철저히 따져라, 세번째는 은행권 중심으로 돈 빌리기 어려울 경우 상호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방식이 담보위주에서 대출자의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된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높아 상환부담이 큰 대출자에게는 분할 상환 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해 과도한 대출은 억제키로 했다.

정부는 상환 능력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대출 심사의 기본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지난해 8월 LTV과 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빚을 내 집을 사라'고 유도했던 정책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지난해 7월 최경환 부총리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주택 거래를 저해하는 규제 등을 정상화해 시장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금액면에서는 조금 늘겠지만, 가계대출 구조가 개선되면 리스크가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정부가 1년만에 정책 방향을 선회한 건 규제를 풀고 기준금리까지 네차례나 내리면서 돈이 흘러넘쳐 가계빚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또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론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 3월 기준 거의 1100조에 육박했다. 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8조1000억원 급증해 594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은행가계대출 증가액은 1월 1조원대에서 지난 4월 8조5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5월 7조3000억원, 6월 8조1000억원씩 늘어나 상반기에만 3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인 37조3000억원에 거의 다다른 수치다.

문제는 정부의 '오락가락' 가계부채 대책이 실효성은 없이 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처음부터 빚을 나눠 갚도록 한다는 정부 대책의 취지는 바람직하다다고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금리로 마구 대출을 해주다가 갑자기 정책을 바꿀 경우 주택자금 마련의 제한으로 이어져 자칫 살아나는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자만 갚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로 내집 마련을 계획했던 소비자들은 상당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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