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그룹 30조 원↑…30대 전체 80%

현대중공업 동부 동국제강 등 8곳은 감소

경영환경 불투명…글로벌 경기 악화에 대비

정부의 사내 유보금 과세 강화 방침에도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1년 새 40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위 5대 그룹의 사내유보금 증가액이 30대 그룹 전체 증가액보다 많았다.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증가액은 30대 그룹 전체 증가분의 80% 정도를 차지했다.

사내유보금이 늘어난 그룹은 21곳에 달한 반면 현대중공업, 동부, 동국제강 등 8개 그룹의 경우 실적부진 여파로 줄어들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과세 방침에도 유보금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30대 그룹 268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작년과 올해 1분기 말 기준 사내유보금을 비교 조사한 결과, 개별 기준으로 올해 1분기 말 사내유보금은 710조300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8조2378억 원(5.7%) 증가했다. 분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은 제외했다.

사내유보금은 특히 삼성과 현대차 등 5대 그룹을 중심으로 많이 늘어났다. 5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503조9378억 원으로 1년 새 38조6067억 원(8.3%) 늘어났다. 이는 30대 그룹 전체 증가액(38조2378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5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24개 그룹은 206조3624억 원으로 3689억 원(0.2%) 감소했다.

사내유보금은 자본잉여금에 이익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당기 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상여금 등의 지출을 제외한 금액이다. 다만 사내유보금에는 현금 외에 공장, 설비 등의 유형자산과 재고자산이 포함돼 있어 '곳간에 쌓아둔 돈'이란 세간의 인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 현대차를 비롯한 21개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일제히 증가했다.

삼성그룹 사내유보금은 232조6479억 원으로 1년 새 17조9310억 원(8.4%) 증가했다. 30대 그룹 중 최대 규모다. 현대차그룹도 12조4964억 원(12.4%) 증가한 113조3599억 원을 기록했다.

이들 두 그룹의 증가액만 합쳐도 30조4274억 원으로 30대 그룹 전체 증가액의 79.6%를 차지했다.

SK그룹의 사내유보금은 70조3082억 원으로 4조9184억 원(7.5%) 늘었다. LG그룹과 롯데그룹은 43조5910억 원, 44조307억 원으로 1년 새 각각 1조9660억 원(4.7%), 1조2949억 원(3.0%)씩 증가했다.

한화도 1조2638억 원(11.5%)이나 증가한 12조2850억 원에 달했다. 한진 8490억 원(34.1%), 신세계 5500억 원(6.9%), 현대백화점 4444억 원(7.3%), CJ 3695억 원(3.4%), 미래에셋 3487억 원(12.9%), 영풍 3302억 원(5.0%), 포스코 3129억 원(0.6%) 등도 3000억 원 이상씩 사내유보를 늘렸다.

효성(2752억 원 9.4%), 금호아시아나(2300억 원, 14.9%), KCC(2155억 원, 4.7%), LS(1805억 원, 3.0%), OCI(896억 원, 2.2%), 현대(541억 원, 2.8%), 대우건설(373억 원, 4.6%), 두산(168억 원, 0.2%)도 유보금을 늘렸다.

반면 GS(7위)와 현대중공업(8위)을 비롯해 동부, KT 등 실적이 악화된 8개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은 무려 2조5183억 원이나 급감했다. 지난해 3조 원대의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에 오른 동부 역시 감소 금액이 1조1697억 원에 달했다. KT도 8662억 원 줄었다.

이밖에 대림은 4636억 원, GS는 3778억 원, 동국제강은 2523억 원, 대우조선해양은 1548억 원, S-Oil은 1335억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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