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대전환이 가시화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제로' 수준이었던 미국의 초저금리 시대가 곧 막을 내린다. 미국이 이르면 9월, 늦어도 12월엔 금리인상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시장은 9월 인상에 점점 더 무게를 두는 형국이다. 사실상 글로벌 금리인상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셈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전세계에 풀린 천문학적인 달러 유동성을 거둬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한정 돈을 찍어 경기를 떠받치던 방식에서 벗어나 돈 줄을 죄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 경제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경제의 회복을 뜻하는 것이어서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혼자서 세계경제를 이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시장'인 중국이 둔화하고 있고, 유럽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만 상대적으로 살아난다고, 미국 금리만 올린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파를 안겨주는 건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본격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글로벌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안전자산의 지표로 여겨지는 금값이 5년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유가와 설탕 등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에서 '머니 엑서도스'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원자재 시장에 들어왔던 자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될 신흥국들은 초비상이다. 2년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이 양적완화를 줄이겠다는 테이퍼링 발언을 하자, 글로벌 자금 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면서 신흥국들은 자금이탈 등 큰 홍역을 치렀다.

이번 금리 인상은 단순한 긴축 발작을 넘어 신흥국의 '슈퍼 긴축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선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긴축발작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들의 재정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원유 가격에 의존해 재정을 방만하게 썼던 일부 오펙 국가도 안 좋아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원자재 시장에서 미국 국채 등으로 이동하는 자금의 대환류(로테이션)이 일어나 취약한 신흥국들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가 더욱 침체될 수 있다"며 "특히 중국 경제 등의 둔화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한국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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