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돈없어 소비 줄이는데 수명 늘면 더 안써, 50, 60대 소비성향 평균 4.9%p 감소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일정한 수입이 없는 고령층일수록 일반적으로 씀씀이를 아끼는 성향은 짙어진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그 긴 미래에 대비할 준비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균 수명이 예상보다 늘어나면 50, 60대 고령층의 소비성향은 30대 젊은 층에 비해 2배 가량 더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제 통계청의 조사결과를 보면 60대가 제일 많이 소비를 줄였다. 하지만 수명 연장 사실을 알았을 경우의 변수를 추가해 모의 실험을 한 결과 50대가 가장 지갑을 닫는 것으로 나타나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18일 임진·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박사가 분석한 '평균수명 증가가 연령별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999~2013년 평균 수명이 7.5세 늘어난 것을 바탕으로 모형 및 모의실험 분석을 한 결과 50대와 60대 이상의 소비성향은 평균 4.9%p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50대의 소비성향은 모형 기준 70.1%에서 평균수명이 연장된 이후 5.9%p 떨어진 64.9%로 나타나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60대 이상은 4.4%p의 감소폭으로 뒤를 이었다. 30대의 감소폭(2.3%p)에 비해 2~3배에 달하는 셈이다. 40대는 3.5%p의 감소를 나타냈다.

수명 연장 사실을 안다는 변수를 넣었을 때 50대가 60대보다 더 줄인 것은 60대 보다 쌓아놓은 자산은 적고,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석기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경우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어 노동시장에서 연장된 수명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며 "현재 소비를 줄여 미래를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고령층의 소비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크게 감소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실제로는 60대가 50대 보다 더 소비를 줄인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1999~2013년까지 조사한 '가구주의 연령별 소비성향'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감소폭은 -11.8%p로 높았다.

50대는 -10.3%p로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60대에는 못미쳤다.

40대(-4.0%p)와 30대 이하(3.7%p)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소득이 줄어드는 고령층은 소비를 줄이게 되는데 평균 수명이 연장될 수록 더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위축되는 고령층의 가계형편을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려면 맞춤형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젊은 층처럼 가계대출을 통해 소비를 늘리도록 하는 방안은 고령층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해 소득을 늘려주고, 부동산 등으로 보유한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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