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일본 및 독일계 업체들이 베어링 분야에서 무려 14년간 가격 담합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4년간 베어링 가격 등을 담합한 한국·일본·독일계 베어링 업체 9곳에 과징금 총 778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일본정공(한국엔에스케이 본사), 미네베아(한국엔엠비 본사). 제이텍트(제이텍트코리아 본사), 후지코시 등 일본업체 ▲셰플러코리아(독일) ▲한화 등이다. 이번 담합은 일본 업체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엔에스케이, 제이텍트, 후지코시 등 일본 베어링업체들은 90년대 말 아시아지역에서 베어링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아시아연구회를 결성한 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의 베어링 가격 인상을 논의했다.

국내에서는 독일 셰플러 그룹과 일본 엔에스케이에 인수된 과거 한화그룹 소속 베어링 제조업체인 한국종합기계, 한화정밀과 한화가 모여 담합 구조를 형성했다. 엔에스케이 한국지사가 일본업체들 간에 논의된 내용을 국내업체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이들 업체는 담합을 통해 지난 14년간 베어링 가격을 80~100% 인상했다. 반면 담합이 종료된 후 2년간 업체간 가격경쟁으로 일본계 업체는 40%, 독일계 업체는 7%를 인하했다. 담합은 철강설비용 베어링 시장에서도 이뤄졌다. 일본업체인 엔에스케이와 제이텍트는 1998년부터 2011년 11월까지 한국 지사를 통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에 납품하는 베어링 입찰 물량과 가격을 합의했다. 기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신규 입찰 건은 절반씩 나눠갖는 방식이었다.

한국 지사를 통한 담합은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소형 베어링 시장에서도 자행됐다. 일본 업체인 엔에스케이와 미네베아는 2008년 한국으로 수출하는 소형 베어링 가격인상을 합의했다. 이들이 생산하는 소형 베어링은 삼성, 엘지, 대우 등 국내 전자업체에 납품됐다.

미국, EU, 일본, 중국 정부 등은 일본 베어링 업체들의 담합을 적발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국내 베어링 산업은 대부분 일본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위는 산업기계 및 자동차용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일본 베어링 업체의 담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수입에만 의존하는 베어링은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우리 기간산업의 필수부품"이라며 "이번 조치로 베어링 시장에서의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가격 인하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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