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모습. /뉴시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폭락했다. 중국이 미국에 보복 관세를 예고한 여파다. 세계 증시는 이날 하루에만 1조달러(약1187조원) 이상이 사라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 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17.38포인트(2.38%) 하락한 2만5324.99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9.53포인트(2.41%) 내린 2811.87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69.92포인트(3.41%) 줄어든 7647.02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13일 유럽 주요증시들도 평균 1.2% 하락했고, 이머징마켓 증시도 평균 1.7%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1% 하락했고, 일본 증시도 5거래일 연속으로 내려 닛케이 225 지수(닛케이 평균주가)가 0.27% 밀려난 2만1344.92로 폐장했다.우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2108.04) 대비 29.03포인트(1.38%) 내린 2079.01에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지수는 지난 1월3일 이후 4개월여만에 하락폭이 가장 컸다. 나스닥지수도 올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라덴버그 탈만 자산 운용의 필 블랑카토(Phil Blancato) 최고경영자(CEO)는 "이건 다가올 일의 서막에 불과하다. 우리는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더 많은 변동성을 각오해야 한다"고 CNBC에 전했다.

중국 재무부는 오는 6월부터 600억달러(약 71조 25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고 25%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세 대상에는 밀, 옥수수, 닭고기 등이 포함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인 농민층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이는 미국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직전에 돌연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일방 선언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10일 0시1분(한국시간 10일 오후 1시 1분)을 기점으로 2000억달러(약 237조 5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WSJ은 무역 상황에 민감한 제조업체와 반도체업체의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된 데 주목했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Caterpillar)의 주가는 4.6%, 보잉은 4.9%, 메모리칩 제조업체 미크론 테크놀로지 4.0% 하락했다. 특히 중국에서 거의 모든 제품을 조립하는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의 주가는 5.8% 내렸다.

미국 중·소형주의 시세를 반영해 미국 경기 전망에 민감한 러셀2000지수는 3.2% 하락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현안은 아직 남아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8일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무역 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지 결정한다. 해당 조항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미 대통령이 제한적으로 외국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결정을 11월로 미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섣부른 경기 비관론을 경계했다. TD 에머리트레이드의 수석 시장 전략가 JJ 키너핸은 "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이것은 순수한 공황(pure panic)이라기보다는 주식 재평가다. 채권은 지난 몇주간 가격이 올랐지만, 정말 공황 상태라면 더 많은 투자자가 채권으로 몰렸어야 한다"고 CNBC에 말했다. 안전자산인 채권은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될 때 수요가 커져 가격이 올라간다.

실제로 양국이 실제로 인상된 관세를 징수하려면 3~4주 정도의 시간이 있어 현재 사실상 관세 유예 기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막판 타결에 다다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는 지난 10일 오후 1시 1분부터(미국 동부시간 기준 10일 오전 0시 1분) 중국항에서 출발한 화물에 적용된다. 해당 화물들이 미국에 도착하려면 통상 2~3주가 걸린다. 중국은 6월1일부터 관세를 올리겠다고 밝혔다./권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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