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미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 교회에서 지난 17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8, 19일 이틀 연속 미국 내 총기 사용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며 새로운 총기 사용 규제에 대한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2012년 12월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교사 등 26명의 희생을 부른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직후 미 전국적으로 거센 분노와 총기 사용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던 때에도 새로운 총기 규제 도입에 실패했던 만큼 당시보다 총기 보유 권한에 대한 옹호 주장이 더 거세진 지금의 정치 환경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였다.

사실 미국 내에서 총기 보유 권한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지금 거세게 일고 있다. 총기 보유 권한을 옹호하지 않을 경우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는 미국총기협회(NRA)의 위협 속에 총기 보유를 옹호하는 의원들의 수가 계속 늘고 있고 샌디 훅 초등학교 사건 후 새로 총기 규제를 강화한 주도 10여 개에 달하지만 반대로 총기 보유 권한을 더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한 주들은 이보다 더 많다.

게다가 이번 찰스턴 총기 사건의 범인 딜란 스톰 루프(21)라는 백인 남성이 인종차별적 동기에서 범행을 저지름에 따라 이번 사건에서 총기 난사보다 인종차별이 더 문제라는 인식도 총기 사용 규제에 대한 논란에서 규제의 필요성을 가리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총기 사용을 둘러싼 논란에서 미국인들은 사실 2중적인 기준을 드러내고 있다. 총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예외없는 과거 조사 등 총기 폭력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지지가 반대를 훨씬 더 상회하고 있지만 자기 방어를 위한 총기 보유를 기본권이라고 규정한 수정헌법 제2조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개정 주장보다 더 높다.

이런 가운데 빈발하는 총기 사건으로 미 국민들이 총기 사고에 점점 더 익숙해지면서 총기 사건에 대한 공포에 둔감해지고 이에 따라 총기 사용 규제를 둘러싼 의원들에 대한 압박도 약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총기 사건 자체를 근절시킬 효과적인 총기 규제는 이뤄질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만들고 있다.

또 총기 사용 규제 문제는 유권자들의 우선순위에서 하위로 밀려나 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만 반짝 사회적 분노를 촉발시키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 총기 보유 권한을 옹호하는 목소리에 파묻히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총기 보유를 지지하는 로비 공세가 점점 더 성공을 거두고 있다. NRA를 대표로 하는 총기 사용 옹호론자들은 모든 총기 사고에 있어 나쁜 짓을 저지르는 나쁜 사람이 문제이지 총기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어떤 총기 규제 법안이 나오더라도 총기 사고를 뿌리뽑지 못할 것이며 이보다는 자기 방어를 위한 총기 보유를 가능하게 한 수정헌법 2조의 보존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들을 정상이 아닌 정신이상자로 몰아 총기 보유자들의 정신건강 테스트를 통해 총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등의 논리도 총기 사용 규제를 피하기 위해 총기 옹호론자들이 애용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총기 규제 법안은 사람들이 그 법안이 작동되기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로 총기 규제의 효시가 된 1934년의 국가총기법이 기관총과 소음기 등에 대한 규제를 통해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조직범죄단에 의한 총기 폭력을 크게 줄이는데 기여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었다.

뿐만 아니라 총기 사용 규제와 총기 보유 권한이 함께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 대법원의 많은 판례들을 보더라도. 또 미국의 역사상 기록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분명 총기 규제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폭력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많은 것들이 있고 사람이 폭력을 일으키려 한다면 그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총기 구입 희망자에 대한 예외 없는 배경 조사 등 총기 폭력을 줄일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들이 있는데도 이런 수단들이 정치적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 후 총기 규제 강화가 이뤄졌다 해도 찰스턴 총기 사고를 예방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어떤 것도 폭력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나라에든 폭력적이거나 증오심으로 가득 차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은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처럼 대규모 총기 사건이 빈발하는 나라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그 차이는 단 한 가지에서 비롯된다. 미국에서는 누구나 손쉽게 총기를 손에 넣을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총기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13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1만1000명이 총기 사고로 생명을 잃었는데 아무런 행동도 않고 이러한 일이 미국의 새로운 기준이 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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