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이후 빈병 가격이 오르면 그 때 내다 팔려고, 모두들 (빈병을)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빈 병 값 두배 인상을 예고하면서 재활용 시장에 때 아닌 '빈 병 대란'이 일고 있다. 주류업체들은 빈 병이 없어 소주, 맥주 등의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술을 판매하는 식당 등에서도 높아진 빈 병 수수료로 인해 술값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 1월21일 소주병의 경우 1병당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환불 보증금을 인상한다.

빈 병 보증금은 음료수 가격에 포함돼 있으며, 소비자가 제품 살 때 냈다가 나중에 병을 가게에 반환하면 돌려받는 돈이다. 이번 인상은 1994년 이후 22년 만이다. 취급수수료의 경우 소주병은 16원→33원, 맥주병은 19원→33원으로 오른다. 취급 수수료는 주류업체가 도매·소매상에게 빈 병을 대신 수거해주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재활용 시장에 빈 병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정부 인상안이 발표된 시기부터다. 빈 병 인상안이 알려지자 일부 가정과 고물상, 빈 병 수거업체 등이 빈 병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빈병 수급 대란이 발생하자 주류 생산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주류 제조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업계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환경부에 발송했다. 주류 제조 업체들은 수거 업체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빈 술병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 측은 "환경부가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안을 입법예고한 후 문제점이 곳곳에서 돌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으로 주류 제조업계는 연간 약 1558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반면,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일부 도매업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부당이익을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으로 빈병 회수률이 상승, 빈병 재사용률이 현재의 85%에서 9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사전 실태조사, 객관적인 실증연구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주류 제조업계의 한 목소리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값싼 외국산 맥주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주류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캔 또는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 주류 소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재활용 용기 사용 촉진이라는 본래의 목적 자체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빈병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빈병 수수료 인상이 주류, 빈병 수거업체들을 고사 직전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 병을 만들려면 평균 170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취급수수료(16~19원)와 세척비(33원)를 합쳐봐야 50원 안팎에 불과하다.

빈병을 확보하지 못하면 새병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주류생산업체의 생산원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부의 빈병 수수료 인상이 술값인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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