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선수인 정윤회씨 딸의 국가대표 선발 특혜시비와 관련, 이 문제를 청와대에 보고한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이 청와대의 지시로 전격 경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그 핵심으로 정조준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윤회씨가 청와대에 '살생부'를 전달해 인사개입을 했다고 주장한 이후 당시 김 차관이 유진룡 장관과 조현재 차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측 입장을 대변했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공교롭게도 이 문제가 언론에 대서특필되기 전날인 지난 2일 국장급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해외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도피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희범 제1차관은 "직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의혹을 완벽히 해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안 의원은 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당시)평범한 한 개인의 문제를 제기한 건데 여당 위원들이 상임위에서 조직적으로 도표까지 그려서 반박하고, 문체부 차관이 두 번씩이나 반박 기자회견을 하는 그런 웃지 못 할 일이 있었다"고 김 차관을 정조준했다.

그는 "국장이 가는 행사를 왜 차관이 지금 갔나. 2차관이면 언론담당 차관인데 모니터를 하면서 언론사 취재가 이뤄지고 오늘 아침 이 보도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이 상임위를 피하려고 어제 일본으로 줄행랑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저의 요지 중의 하나가 살생부에 의해서 승마협회 집행부가 바뀌었다는 것이었는데 정부는 살생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한다"며 "살생부에 있던 승마협회 당시 임원들이 국회에 와서 '특정세력이 우리를 관두라고 했다', '윗선에서 오더가 왔다'고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분들이 얼마나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서 이 기자회견을 했겠나. 그런데 정부가 그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또 해서 부당한 의혹제기라고 했다"며 "이 두 번에 걸친 정부의 기자회견을 주도했던 분이 김종 차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유진룡 장관은 이것(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그랬다. 그래서 정윤회 세력에 유진룡 장관이 미움을 받은 것 아니겠나"라며 "(당시) 조현재 차관도 김종 차관에게 하지 말라고 말렸다. 조현재 차관 어떻게 됐나. 한체대 총장임명 거부당하지 않았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당시 경질된 문체부 담당 국장의 후임인 우모 국장에 대해 "저 분은 김종 차관의 박사과정 제자다. 김종 차관이 들어오면서 밀어붙이기 하겠다면서 자기 라인으로 세팅시킨 것"이라며 "현재 계신 분 중에서 이 모든 일을 진두지휘 시킨 분은 김종 차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윤회씨 측근 박모씨가 직접 작성했다는 살생부를 공개하고 "버젓이 존재하는 살생부를 정부는 나서서 살생부 없다고 하면서 정윤회씨를 두둔했겠나. 유진룡 장관과 조현재 차관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자회견을 자처했던 김종 차관은 누구 지시를 받았겠나"라고 문고리 3인방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정윤회는 그분들하고 다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며 "김종 차관에게 정치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도 김종 차관의 일본 출장에 대해 "저도 석연치는 않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김종 차관의 출석을 요구했다.

한 의원은 김 차관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우모 국장을 향해 "(정부는) 잘못된 일을 하면서도 늘 청와대 핑계를 댔다"며 "(우모 국장은) 우리 보좌관과의 통화에서도 '청와대에서 못하게 해서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당신이나 김종 차관이나 큰일 날 사람들"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사람들이 다니면서 자기들 책임 안 지려고 전부 위에다 떠넘기는 것 아니겠나. 이게 고위공무원이 할 일인가"라며 "얘기하다가 잘못된 게 있으면 '이건 잘못됐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때그때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문위는 오는 5일 상임위에서 김종 차관과 경질된 문체부 직원 2명을 출석시켜 의혹을 추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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