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준결승전 하루 전 모습

 “영~미!, 영미야!”

  지난달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컬링팀은 ‘영미!’라는 새로운 유행어를 탄생시키면서 온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개최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획득하며 종합순위 7위라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올림픽 개막 전부터 우리나라가 강세였던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은 많은 언론의 집중 취재를 받았고, 이와 함께 신흥종목으로 떠오른 스켈레톤, 스노보드, 봅슬레이에 대해서도 관심과 기대가 매우 컸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 당시만 해도 사실 여자 컬링팀은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고 여자 컬링팀은 세계 강팀들을 연이어 격파했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예선성적 8승 1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며 조 1위로 준결승전에 출전하면서 그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때 탄생한 유행어가 ‘영~미!’이고,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관심이 적었던 비인기 종목인 컬링이 일약 국민의 85%가 흥미롭게 보는 최고의 인기종목으로 등극했다. 이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비록 결승전에서는 패했지만 은메달을 획득하며 다시 한번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상대 팀과 득점을 겨루는 컬링은 강한 정신력과 과학적 전략, 그리고 체력이 요구되는 겨울 스포츠이다. 16세기 이전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컬링은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현재는 유럽, 캐나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에서는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을 만큼 인기종목이다.

  이번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에 출전한 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 선수는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이며 이중 김초희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고향은 모두 경북 의성이다. 그래서 이들의 별명이 ‘의성의 딸’, 또는 의성의 대표 작물을 따 ‘마늘 소녀’라고 부른다.

 
 

경북 의성은 작은 시골마을이다. 이런 열악한 여건의 벽지에서 의성의 딸들이 일구어낸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은 선수들에게는 큰 영광이자 기적 같은 일이다. 그 영광과 기적은 단연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러나 그 영광과 기적의 뒤에는 묵묵히 땀 흘려온 많은 숨은 공로자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숨은 공로자가 경북체육회 컬링팀의 창단 및 경기장 유치에 앞장 선 경상북도체육회 김응삼 박사(경북체육회 운영부장)와 경기인도, 스포츠인도 아닌 황해경 박사(경운대학교 외래교수, 재활심리학 미술치료전공)이다.

  황해경 박사는 미술심상훈련이라는 매우 독특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엘리트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과 스포츠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미술심상훈련은 심리기술과 미술치료를 절충한 스포츠 심리기술훈련의 한 방법이다. 심리기술은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 자신의 심리상태를 조절하여 최상의 수행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능력으로 자신감, 집중력, 팀 조화, 의지력, 동기부여, 자기조절 및 에너지관리 등의 요인이 있다. 이 요인들을 습득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목표설정, 불안조절, 심상, 이완 등과 같은 심리기술훈련이 필요한데 이러한 심리기술훈련에 심리문제를 해결하고 자아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미술치료기법을 적용한 것이 미술심상훈련이다.

  즉, 스포츠선수들이 심상으로 떠올린 장․중․단기 목표, 문제 및 해결방안, 긍정 에너지 등을 그리기나 만들기 등의 미술활동에 의한 시각적 구체물로 표현한 후, 완성된 작품 속에 나타난 상징과 의미를 해석하고 수용․통찰함으로써 명확한 목표가 확립되고, 긍정적인 자기인식을 높이는 등 잠재된 심리기술의 발현을 돕는 것이다.

  황 박사는 미술심상훈련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지도자의 열린 생각과 적극적인 협조, 지도자의 프로그램 동참과 수평적 눈높이, 선수들의 참여 의지 및 지속적인 참여, 중요 대회 맞춤형 프로그램 실시, 미술활동이 아닌 심리기술훈련으로 인식하는 태도 등 여러 가지 방법과 요인을 제시하고 있다.

  황 박사는 이와 같은 방법과 요인들을 동계올림픽의 주역인 여자컬링 감독 및 선수들이 다 갖추고 있었으며 미술심상 훈련과 함께 다른 훈련을 병행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켜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고 오히려 노력해준 감독과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실제로 황 박사는 2012년도에 경북컬링 남녀팀을 집단으로 미술심상훈련을 실시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2016년부터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목표로 여자 컬링팀에게 이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다.


2016년 9월 21일 목표와 전략의 구체화(김선영 선수) 

  철두철미한 훈련스케줄을 관리하는 여자컬링 국가대표 김민정 감독의 적소적기에 따른 미술심상훈련 프로그램 요청과 대회 특성을 고려한 황 박사의 프로그램 구성과 적용은 2016년 아시아태평양컬링 선수권 대회 우승, 2017년 삿포르동계아시안게임 은메달,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국가대표 발탁 등의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이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예선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집중력 강화에 초점을 둔 미술심상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특히 황 박사는 한일전인 준결승 전날에는 평창까지 달려가서 미술심상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선수들의 평상심과 집중력 유지에 큰 도움을 주었다.

  황 박사와 스포츠선수들과의 인연은 2006년도부터 시작되었다. 2006년 대한소프트볼 국가대표 심상훈련 상담위원, 2011년도 대구대학교 산학협력단 체육과학시범연구원, 2012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경상북도체육회 심상훈련책임연구원으로 발탁되어 경북체육회 소속 팀들(컬링, 사격, 양궁, 조정, 수영, 체조, 세팍타크로, 소프트볼, 트라이애슬론, 기타 등)에 대한 미술심상훈련을 통하여 다수의 팀들이 금, 은, 동메달 획득 및 경기력 향상에 크게 기여를 했다.

  이번 취재 중에 전 대한소프트볼협회 C부회장으로부터 황 박사에 대한 회고를 들을 수 있었다. 2006년 4월 대한소프트볼 국가대표팀의 중국 남경 전지훈련 기간 중, 우리 선수들에 대한 황 박사의 미술심상훈련 모습을 지켜본 중국 남경체육회 관계자로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선수 8명에게 미술심상훈련을 해달라는 좋은 조건의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황 박사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이를 보면서 한국이 우선이라는 황 박사의 확고한 국가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황 박사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선구자적 노력과 연구정신으로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황 박사는 “미술심상훈련 프로그램이 많은 엘리트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어 스포츠심리기술을 강화하는데 효과 있는 것으로 확신이 든다. 또한 본인이 공부한 학문으로 기분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자긍심이 생긴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국가대표선수들을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미술심상훈련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여 보다 과학적인 접근법을 모색하고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스포츠 선진화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자신의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국내․외 최초로 스포츠심리와 미술치료라는 학문 간 융합을 통해 미술심상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한 황해경 박사는 한국여자 컬링선수의 영광 뒤에 숨은 공로자이자 이 시대의 표상이자 존경받는 진정한 학자이다. <자료제공=경상북도 체육회>

/ 최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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