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상대의 활동량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테크니컬 스터디 그룹(TSG)의 기술위원으로 파견됐던 안익수 전 성남 감독은 4일 경기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2014 KFA 콘퍼런스에서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기술보고'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보고서의 피지컬 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러시아·알제리·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상대보다 많이 뛰지 못했다.

우선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한국의 뛴 거리(전체 선수들의 그라운드 내 이동거리)는 108.13㎞로 113.81㎞를 뛴 러시아에 밀렸다. 알제리(113.82㎞)와의 2차전에서도 한국은 112.90㎞로 적게 뛰었다. 유일하게 벨기에전에서만 104.68㎞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 축구의 현주소도 분석했다. 독일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8강·준결승·결승까지 총 7경기 평균 109.93㎞를 뛰었다.

한국과 독일이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독일은 미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외에 나머지 경기에서 모두 상대보다 많이 뛰었다.

특히 브라질을 7-1로 대파한 준결승에서는 상대보다 무려 10㎞(10.43㎞) 이상 더 뛰었다. 독일이 119.33㎞, 브라질이 108.90㎞를 뛰었다.

세계축구의 흐름에 대해선 "포지션 파괴와 위치 변화를 통한 유기적인 전술 운영이 돋보였다"고 내놨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강조한 전술의 유연성과 맥을 같이 한다.

또 "공수의 빠른 전환을 통한 속도감 있는 경기 운영, 탈압박을 위한 간결한 터치, 패스 후 움직임에 대한 습관 및 공간 활용, 수비 밸런스를 통한 상대 차단, 골키퍼의 활동범위와 인지력이 돋보였다"고 분석했다.

뛴 거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체력의 효율성이다. 한국은 여기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정태석 기술위원은 국제축구연맹(FIFA) 보고서 중 팀 트래킹 통계 정보(32개국의 조별리그 3경기 기준)를 활용해 기본 체력지표와 체력효율성 지표를 구분해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준비일정 및 체력적 특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팀 기본체력 지표는 상·하위 그룹 혹은 각 대륙연맹 소속 국가에 상관없이 평준화되는 경향이 보인다"면서도 "16강에 단 한 팀도 오르지 못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팀들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비효율적인 경기운영을 했다"고 전했다. 남미, 유럽 국가들과 대조적이다.

또 "대회 최종순위가 상위권에 속하는 국가일수록 조별리그 3경기 동안 체력적으로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국가들은 체력 효율성이 가장 낮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선 "AFC 소속 국가들보다 효율성 체력지표에서 우위에 있지만 타 대륙연맹 국가들에 비해 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보고서는 "체력훈련의 양보다는 질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며 "체력적 우위를 이용한 경기운영에 대한 기대보다는 득점력 향상을 목표로 선수 및 대표팀의 기술적, 전술적 발전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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