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의 진위를 가릴 핵심 참고인 3명이 9일 새벽까지 강도 높은 대질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2시5분~10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들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다.

가장 먼저 청사 밖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박관천 경정에게 정보를 제공한 제보자로 지목된 박모씨였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는 '박 경정에게 제보한 근거가 있는지'. '김춘식 행정관을 정보제공자로 언급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뒤따라오는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검찰 청사를 전력질주하기도 했다.

반면 곧 이어 조사실을 빠져 나온 김춘식 행정관은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김 행정관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씨와 회동한 청와대 내·외부 인사 10명 중 한 사람이다. 중간에서 모임 일정을 조율하는 등 연락책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회동의 실체'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모임 자체가 없었고 이같은 내용은 오늘 진술에서도 충분히 나왔다"며 "검찰에서 곧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보자 박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대학 선후배 사이로 만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관천 경정은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문건의 진위 등을 묻자 "검찰에서 성실하게 조사받았다"며 "수사중인 사안이므로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박 경정을 일부 취재진이 붙잡자 "우리 이제 잡거나, 밀거나 이러지 말자"며 첫 번째 출석 때와는 달리 짐짓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전날 문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박 경정과 박씨를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참석자로 지목된 김 행정관과의 대질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즉시 김 행정관을 불러 이들과 대질 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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