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백업가드 김종근(28)이 오랜만에 유재학(51) 감독을 활짝 웃게 했다.

모비스는 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 KCC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식스맨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87-78로 승리했다.

식스맨 송창용(10점), 전준범(11점) 등이 제몫을 한 가운데 김종근(7점 2어시스트)의 3쿼터 활약이 강한 인상을 남긴 경기였다.

김종근은 3쿼터 초반 주전 포인트가드 양동근(33)을 대신해서 코트에 들어섰다. 양동근의 출전시간을 조절하기 위한 교체였다. 그런데 김종근이 경기를 끝냈다.

김종근은 승부처가 된 3쿼터에서 7분36초 동안 3점슛 1개를 포함해 7점을 쓸어 담았고, 어시스트도 2개나 기록했다. 일대일 개인기를 통한 레이업슛은 김종근의 과거 명성을 기억하게 했다.

대경상고~동국대를 거친 김종근이 아마추어 시절에 '제2의 김승현'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때가 있다. 가공할 득점력과 개인기가 뛰어나 프로 구단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모비스는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김종근을 전체 3순위로 지명했다. 양동근과 함께 막강한 가드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망스러웠다.

턴오버가 잦았고, 수비에서 빈틈이 많았다. 조직력 농구를 하는 모비스에서 한 축을 담당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상무를 다녀온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종근이 프로에 데뷔한 이후 가장 많이 뛴 시즌이 2010~2011시즌이다. 경기당 10분52초밖에 되지 않지만 그의 유일한 10분대 시즌 평균 출전시간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도 컸다. 드래프트 후순위 선수들이 연일 활약하며 모비스의 '화수분 농구'를 어필했기에 김종근에 대한 실망은 더 컸다.

이날 경기 후 유 감독은 "(김)종근이가 어려울 때에 잘해줬다. (양)동근이를 언제 다시 투입해야 하나 보면서 불안했는데 오늘은 탁탁 알아서 해줬다"며 웃었다.

김종근은 "정말 오랜만에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팬들의 기대와 실망이 공존하고 있다'는 말에 그는 "그것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끼는 사람은 바로 나다"며 "내가 잘해야 하는데 알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정말 속상하고 열 받는다"고 했다.

기세등등한 외모, 경기 스타일과 달리 소심한 구석이 있다. 그는 "무슨 지적을 받으면 가끔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털어내야 하는데 그런 성격이 아니다. 계속 생각을 하는 편이다"며 "주눅이 드는 것 같다"고 했다.

양동근의 존재도 김종근 개인에 있어선 큰 산이다. 김종근은 "언젠가부터 코트에 들어가도 실책 없이 물 흐르듯 하다가 나와야겠다는 생각만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초반 후배 김주성이 중용될 때에는 자존심도 상했다. 김종근은 "모비스에 올 때, 정말 많은 기대를 받고 왔는데 후배에게 밀린다고 생각하니까 큰 자극이 됐다"고 했다.

보완해야 할 점으로는 역시 눈에 보이는 경기력보다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어린 선수들만 참여하는 새벽과 야간 훈련에 함께 하면서 연일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농구 못하면 훈련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유 감독은 "새벽과 야간에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당연히 기회를 준다. 쉽게 자신감이 떨어지는데 이걸 극복하는 것은 선수 본인의 몫이다"고 했다.

"종근이가 항상 오늘같이 해줬으면 좋겠다"며 인터뷰실을 나갔다.

저작권자 © 시사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