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그룹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녀노소 고른 팬층을 가진, 4만여 명이 함께하는 거대한 노래방을 마련하는 그룹 말이다. 12년을 기다린 팬들을 가진, 14년 만에 잠실 주경기장에서 '하늘색 풍선'을 불게 하는 그룹 말이다.

1세대 아이돌그룹 'god'가 잠실 주경기장에서 펼친 앙코르 콘서트는 god가 가진 '국민그룹'이라는 수식어를 증명하는 축제였다. 공연의 시작부터 자주 하늘로 솟구친 폭죽이, 좌석을 외면하고 3시간 동안 몸을 흔드는 4만여 관객이, 노래부터 랩까지 모두를 따라부르는 '합창'이 그렇게 만들었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이가 불혹을 넘겼든, 공개 열애 중이든, 육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유부남이든, 19금 케이블방송에서 성을 이야기하든, 여자친구를 잃고 힘들어했든 중요하지 않았다. 12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god를 마주한 4만여 관객이 내는 한목소리는 '소녀' '소년'의 그것이었다.

god는 god의 CD가 담긴 타임캡슐을 여는 영상 후 와이어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이어진 '프라이데이 나이트(Friday Night)' '관찰' '새터데이 나이트(Saturday Night)'는 해가 떨어지고 쌀쌀해진 공연장을 데우기 적절했다. 멤버 개개인을 보여주는 5분할 화면이 '광활한' 주경기장을 찾은 관객을 위했다.

"이 짓하고 저 짓 해도 영원한 막내" "미운 오리 새끼 역할" "제일 힘든 셋째" "무한긍정, 미소 담당" "50살이 되건 70살이 되건 영원한 오빠"로 소개된 god의 "모두 일어나"라는 말에 4만여 관객이 기립했다. 이들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찾지 않았다.

'애수' '니가 필요해' '다시' 등 모든 곡이 히트곡이었지만, '레전드'라는 콘셉트로 이어진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길'은 압도적인 합창을 이끌었다. 특히 팬들은 '거짓말'에서 해당 곡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응원법으로 god를 감동케 했다.

'난 좋아'에서 4만 관객을 대표해 단 한 명의 관객을 무대에 올리는 이벤트를 진행하자 곳곳에서 질투 섞인 탄성이 터져 god의 여전한 인기를 말했다. 팬들은 '하늘색 풍선'에서 야광봉이 아닌 하늘색 풍선을 흔드는 이벤트로 답했다.

공연 중간 분위기를 바꾸는 사이사이 마련된 영상마다 팬들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들과 서로의 god를 말하기에 바빴다. 주경기장이 3시간 내내 떠들썩했던 이유다. 팬들은 god가 무대에 있고 없고를 떠나 god를 말했다. god 없이 보낸 지난 12년도 그랬을 터다.

배우로서의 활동을 위해 그룹에서 빠졌다 돌아온 윤계상(36)은 "그동안 성공을 보고 항상 달려왔다. 주위에 누가 있는지 뭐가 있는지 기억도 못 하고 지나치면서, '성공하면 행복해지겠지', 채찍질하며 달려왔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아닌 거 같다. 멤버들을 이렇게 다시 만나고 연습하고 녹음하고 노는 일상이 소중하고 행복한 거라는 걸 이번에 진짜 많이 느꼈다. 지금, 행복하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 god는 모두가 따라부를 수 있는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그룹이 공연에 얼마나 큰 강점을 가지는지를 보여줬다. 동시에 모두가 따라부를 수 있는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그룹이 얼마나 적은지를 역설했다.

손호영(34)은 "언제 또 여기서 공연할지 모른다. 물론 여러분이 있다면 우리도 믿고 모여서 턱을 하늘을 찌를 듯 들고 자신 있게 도전해보겠다"고 전했다.

god, 이런 그룹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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