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본주의. 백성을 위주로 하는 정치 이념. 민본이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뜻이다. 우리 겨레는 우주와 사회를 지배하는 하나의 원리가 존재한다고 하였으며 이를 천리(天理) 천명(天命)이라고 하였다. 이 천리 천명을 대신해서 사람을 바르게 살도록 하는 일이 정치라고 생각하였다. 백성의 뜻은 하늘의 뜻과 상통하며, 백성의 마음이 달라지면 하늘의 마음도 달라진다는 믿음 속에서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해 왔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홍익인간이념을 근간삼아, 백성의 안위에 그 구심점을 두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 백성은 시민으로 바뀌었으며, 관(官)은 공무원(公務員)으로 바뀌었다. 과거의 관(官)이 ‘통치’에 기반을 둔, 백성 위의 존재 혹은 백성을 관리하는 개념이었다면, 오늘날의 공무원(公務員)은 ‘봉사 및 서비스’에 기반을 둔 시민을 위한 존재로 그 의미가 변화한 것을 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청렴(淸廉)이다. 관(官)이 공무원(公務員)으로 바뀌었을지언정, 그 본질적인 가치는 몇 천(千)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그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에는 오늘날 우리는 지식과 정보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우리 공직자들의 행동은 언론이나 매체 등을 통하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으며, 시민이라는 심판관(審判官)에 의하여 그 옳고 그름을 평가받는다. 그 평가의 잣대는 무엇일까? 기업윤리의 정과 당의 기준이 영리(營利)라면, 우리 공직자의 정과 당의 기준은 바로 청렴이다. 우리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에 있어서 그 어떤 기준보다도 우선시해야 하며,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덕목인 것이다.

시민과 공직자, 이들은 모두 인간(人間)이다. 인간의 뜻은,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이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이기에 우리는 청렴이라는 딜레마를 갖게 된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라는 주체이기에, 관계 속에서만 그 존재의 의미를 갖는 우리이기에 그 중간에서 가장 중립적인 위치에 있을 것을 요구받는 것이 바로 우리 공직자이고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미생[未生]’ 사전적 의미는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을 뜻하지만 드라마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삶, ’완생[完生]‘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말하는게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공직자의 모습도 이과 같아야 할 것이다.

군포소방서장 조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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