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무슨 보험을 소방서에서 팔아. 너무 비싸더라구.”

“알았어. 알았다구. 가입하면 될 거 아냐.”

“아니, 무슨 전화를 자꾸 해. 가입했다니까. 보험사에 물어봐. 난 몰라!”

요즘 일선 119안전센터는 매일 여러 통의 민원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내 다중이용업소의 보험 관련 전화이다. 다중이용업이란 음식점, 술집 등 대중들이 이용하는 업소 중 재난 시 피해 우려가 높은 곳이다. 정부에서는 2013년 2월 23일부터 다중이용업소의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고, 2015년 8월 22일 부터는 유예대상이던 150㎡ 미만 업소 또한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매주 센터에서는 가입을 확인하거나 장려하는 전화를 한다.

타인의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보험은 업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도 책임보험을 가입한다. 다만 경제가 어려워지니 영세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불만의 대상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소방서는 보험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소방관은 시민을 ‘돕는 자’이지 ‘괴롭히는 자’가 아니다.

업주들의 민원을 듣다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일 년에 15,000원 정도면 가능한 보험이 왜 비싸다는 걸까? 그들의 보험 증서를 받아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대부분 수 십 만원, 크게는 수 백 만원의 보험을 가입한 사람들. 가입자에게 물어보니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가 시키는 대로 했단다. 업소를 돌며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문 보험설계사도 있다. 법에 의한 강제 사항이라며 기본 책임보험에 특약을 이것저것 넣어 보험료를 부풀리는 사람들.

그렇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상품 생산이 이루어지는 사회. 사유재산제도, 자유경쟁주의, 영리주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말들. 보험도 하나의 상품이기에 보험 회사들의 영업활동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대자본주의는 자기회복능력을 상실한 채 국가통제의 의존도가 커지고 그 결과, 이윤동기의 억제와 기업경영에의 정부 간여 등으로 수정되고 있는 추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19조 2항에서 “국가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거대 자본인 보험회사에 비교할 때 사회적 약자인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이다.

정부 또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보험회사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업주와 보험계약을 해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했다.

쉽게 말하면 업주는 소액의 책임보험만 가입하면 된다. 굳이 수 십, 수 백 만원의 특약을 덧붙인 보험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일 년에 단돈 몇 만원으로 손님들의 재난 피해위험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보험사는 돈이 안 되는 소액 보험이라도 그 책임보험을 마음대로 계약 해지 할 수 없다.

추운 겨울이다. 혹독한 경제 한파로 자영업자들의 주머니는 더욱 얇아지고 바삭거린 채 흔들리고 있다.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기에 최소한의 안전 법률은 필요하지만 자본주의의 폐해에, 법규에 대한 무지 때문에 생계의 위협까지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화재배상책임보험’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여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인천서부소방서 석남119안전센터 소방교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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