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노동자들이 '공장폐쇄철회! 경영실사노조참여! 특별세무조사! 먹튀방지법제정!' 대정부(산업은행, 국세청, 국회)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파업행' 열차에 올라탔다. 모회사이자 주채권자인 제네럴모터스(GM)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부도'까지 언급하며 강조한 20일 이해관계자 합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4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2일 오후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조정 신청을 받으면 중앙노동위원회는 2~3회의 사전조정을 통해 노사 당사자의 주장을 청취하고, 충분한 노사교섭이 있었는 지 등을 조사하고 본조정에 들어간다. 조정기간은 일반적으로 신청일로부터 열흘(공익사업의 경우 15일)이며, 노사 당사자의 합의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중노위는 노사 양측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만들어 노사 당사자에게 수락을 권고하게 되며, 노사 당사자가 희망하지 않거나 입장차가 너무 큰 경우에는 조정안 제시 없이 조정을 종료한다. 중노위의 조정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파업의 적법성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의 조정신청으로 배리 엥글 사장이 부도 처리까지 언급하며 시한으로 제시한 '4월20일' 이해관계자 합의는 더욱 어려워졌다.

엥글 사장은 지난달 26일 임한택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을 만나 "노조와의 임단협, 정부의 지원 등이 확약되지 않으면 다음달 20일 부도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을 위해 GM의 출자전환, 수익성 확보, 신차 배정 등의 내용을 담은 한국지엠 자구안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출자전환과 신차배정의 전제가 노사협상을 통한 비용감축이기 때문에 3월말까지는 노사잠정합의안이 나와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3월말 노사 잠정합의가 불발되고 노조가 파업권 확보를 위한 노동쟁의신청을 하면서 속도감 있는 노사 교섭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국지엠 노사간 교섭은 지난달 30일 이후 중단된 상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금은 소강상태인 것 같다"며 "조정절차에 들어갔으니 충실히 소명하고 고용노동부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일까지는 산업은행이나 정부에 명확한 계획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자구안의 기본은 GM의 출자전환, 수익성 확보, 신차 배정인데, 이 중 출자전환과 신차배정의 전제조건이 노사합의이고 이는 비용절감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력업체도 힘든 상황이고, 본사 역시 그런 만큼 조정기간이든 아니든 노조와의 교섭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가 (교섭에) 안 나오려고 한다고 하는데, 그건 거짓말"이라며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는데,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공문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제시한 '20일'이라는 시한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회사에서는 '노조가 합의를 해줘야 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해주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산은에 알아보니 산은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산은을 팔아서 언론과 노조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쟁의조정신청은 임단협을 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임단협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 단체행동권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파업이 이뤄지려면 조정과 조합원 투표 등 여러 과정이 있는 만큼 '파업 결의'라고는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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