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며 국내 수출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기에 환율 강세라는 악재까지 덮쳐 수출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당장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어 무역이 위축되는 것도 수출 기업에는 이만저만한 악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중국산 1300여개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내리면서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간재란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필요한 부품 등을 의미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대부분 중간재 형태로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물량도 감소하게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량 중 중간재 수출은 78.9%에 달한다. 

미국의 중국 제품 고관세 부과에 우리 기업이 떨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50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중국의 대미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282억 6000만 달러(약 30조 4900억원)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으로 2016년 기준 전체 수출의 약 18%를 차지한다"며 "제1시장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 내 산업생산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전자기기 등 전자제품 중간재의 피해가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6년 기준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이 920억달러(약 97조 5000억원)이며 이중 반도체 등 전자직접회로가 210억달러로 22.8%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전자기기 역시 원재료를 중국에서 들여와 가공한 뒤 재수출을 하는 가공무역 비중 대중 수출이 65.6%에 달해 피해가 예상된다. 섬유·피혁 등의 수출 품목 역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섬유·의류, 피혁은 각각 가공무역 비중이 59.6%, 58.8%로 나타났다. 여기에 원화 강세로 '환율 리스크'도 커진 상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이 요구한 '외환 시장 개입 억제'에 합의해줬다는 논란이 일면서 수출기업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당장 원달러 환율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4일 현재 달러당 1060원선까지 무너진 1059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3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화 가치가 올라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제품의 가격이 올라 수출기업에 악재다. 

원달러 환율이 1% 떨어지면 우리나라 총 수출이 0.5%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국내 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평균 환율을 1045원으로 분석했다. 중소기업은 1046원, 대기업은 1040원 선이다. 적정환율은 이보다 높은 1073원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타격이 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 연간 수출액이 4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게 될 경우 운송 ·장비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4.0%, 전기전자 산업은 3.0%, 기계장비산업은 2.8%, 정밀 기기산업은 2.5%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모두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에 결국 미중이 무역경쟁을 벌이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에 치중한 업체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며 "시장을 다변화하고 해외 전진기지를 다양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당장 직격탄을 입는 건 아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원재료를 수입할 때는 유리한 면이 있어 상쇄되는 효과도 있다"면서도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수출기업 관계자는 "(원화 상승으로 인해) 수출가격이 올라가다 보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은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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