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은퇴를 선언한 KIA 이범호가 6회초 수비를 앞두고 교체돼 운동장을 떠나고 있다.

‘만루홈런의 사나이’ KIA 타이거즈 이범호(38)가 13일 은퇴했다.

이범호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현역 시절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박흥식 KIA 감독대행은 이범호를 6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그가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이범호의 현역 시절 마지막 경기이자 개인 통산 2001번째 경기이기도 했다.

은퇴를 발표한 지난달 18일 당시 이범호는 개인 통산 1995경기 출전을 기록 중이었다. KIA 구단과 코치진은 은퇴 발표 당시 2000경기 출장 달성에 5경기만을 남긴 이범호를 배려해줬다.

'만루홈런의 사나이' 이범호에게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어김없이 만루 찬스가 돌아왔다.

이범호는 개인 통산 17개의 만루홈런을 쳐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있다. 역대 2위는 12개를 친 심정수(은퇴)고, 현역 선수 중에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최정(SK 와이번스)이 11개로 최다라 깨지기 쉬운 기록이 아니다.

이범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만루홈런을 쳤다.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7년 10월30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이 때문에 이범호가 은퇴 경기에서 만루 찬스를 만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2사 만루, 이범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미 1루 주자 터커의 세이프 판정이 나왔을 때부터 관중석에서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범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들은 이범호의 이름을 소리높여 외쳤다.

이범호는 한 방을 노리는 듯 한화 선발 투수 워윅 서폴드의 2구째에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허공을 갈랐다. 볼을 하나 골라낸 이범호는 4구째를 힘껏 잡아당겼다. 결과는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였다.

만루 찬스에서 아쉬운 결과를 남긴 이 타석은 이범호의 현역 시절 마지막 타석이 됐다. 이범호는 6회초 수비 때 자신이 등번호를 물려줄 박찬호로 교체됐다.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이범호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동료 한 명, 한 명과 포옹을 나눴다. 눈물을 훔치는 듯 유니폼을 잡아당겨 눈가를 닦는 모습도 보였다.

마지막 만루 찬스에서 아쉽게 물러난 것을 포함해 이범호는 이날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이로써 이범호의 개인 통산 기록은 2001경기 출전, 타율 0.271(6370타수 1727안타) 329홈런 1127타점 863볼넷 954득점으로 남게 됐다.

은퇴식까지 모두 마친 후 이범호는 5회말 2사 만루의 찬스에 들어선 타석에 대해 묻자 "함성 소리 들었죠?"라고 반문한 뒤 "함성 소리 때문에 교체되고 나올 때 눈물이 나더라. 아파트 주민들께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너무 함성 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퇴식은 만루 홈런으로 시작됐다.

1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이범호의 은퇴식 시작을 알리는 만루 상황 퍼포먼스. KIA 선수들이 각 루를 채웠고, 이범호는 타석에 들어서 김선빈과 마주섰다.

이범호는 김선빈의 배팅볼을 노려보다 3구째를 노려쳤다. 타구는 좌중간으로 큼지막하게 날아갔고,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경기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이범호가 퍼포먼스를 만루포로 장식하자,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범호의 이름을 연호했던 2만500명의 만원 관중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범호는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펄쩍 뛰며 포효했다. 환한 '꽃미소'를 지으며 각 베이스에 서 있던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돌았다.

만루포와 함께 환하게 지었던 미소는, 경기장이 어두워지고 가족들의 응원 영상이 상영되자마자 눈물로 바뀌었다. 전광판 속에 가족들을 바라보던 이범호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범호는 부모님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고별사에 나선 이범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고별사를 읽는 동안에도 좀처럼 눈가에서 눈물이 가시지 않았다.

이범호는 "늦은 시간까지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채워주신 KIA 팬들께 감사하다. 멀리서 10년 전에 이범호를 보기 위해 대전에서 서울까지 와주신 친정팀 한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며 "은퇴를 결심하고 팬 분들의 가득 차지 않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떠나는 저에게 박수를 보내주시기 위해 많은 자리를 가득 채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마지막 만루 찬스에 아쉬움이 남았던 듯 이범호는 "아까 만루 타석에서는 진심으로 환호성이 너무 커서 정말 감동받았다. 끝날 때까지 홈런으로 보답하지 못한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관중들은 "괜찮아요"라고 연호했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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