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황교안 구호를 외치자 하지 말라며 손짓하고 있다./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이은 말실수로 논란에 휘말리자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을 거부해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정치 현안에 대한 각종 질문들을 받았지만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 "정치 상황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답을 피했다. 중앙보훈병원 방문 일정에서도 황 대표의 이 같은 대응은 계속됐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거부해 국회 파행 책임을 추궁 받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추인 거부 상황에 대한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황 대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원내 일이므로 나중에 말하겠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과정인 백 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앞서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24일 황 대표의 백 브리핑 거부에 대해 "대변인에게 물어봐라. (황 대표) 본인은 해야 할 일이 있다. (기자들이 황 대표를) 너무 쉽게 만나니까 여러 일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백브리핑을 안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대변인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건데 그것까지 (황 대표가) 전부 다 하시니까 부작용도 있고 너무 부담이 간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황 대표가 공개된 자리에서 연이어 말실수로 논란을 빚은 데 대한 나름의 대처인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지난 19일 "외국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해 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또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는 "학점도 낮고 스펙도 없는 아들이 아주 큰 기업 5곳에서 모두 최종 합격했다"는 발언을 해 취업비리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야당 대표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실수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긴 하지만, 사실 정치는 워딩(발언)과 타이밍이다. 특히 야당 대표에게 메시지는 정치적인 최대 무기"라며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뭐로 야당의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고, 야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자혜 기자

저작권자 © 시사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