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명철 지사 아들 문수일 씨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에서 여옥사 8호 감방의 노래가사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심명철 지사 아들 문수일 씨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에서 여옥사 8호 감방의 노래가사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유관순 열사가 독립을 꿈꾸며 서대문형무소에서 부르던 노래가 청와대에 울려퍼졌다. 조국 독립의 염원을 담아 불렀던 당시 7인의 여성 독립투사들의 의지가 100년 만에 고스란히 재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74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 16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진정한 광복은 평화를 품은 새로운 100년'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인 황은주(91)씨,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인 김용만(33)씨 등 37명이 독립유공자 후손을 대표해 참석했다.

1919년 유관순 여사와 서대문형무소 8호실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 씨도 함께 했다. 시각장애 여성 독립운동가인 심 지사는 3·1운동 당시 개성 지역의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김향화·권애라·신관빈·심명철·임명애·어윤희·유관순 7인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당시 서대문형무소 여자교도소(여옥사)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하며 옥중 투쟁을 이어나갔다.

끔찍한 고문을 함께 견뎠던 7인의 여성독립투사는 조국 독립의 염원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서로를 격려했다. 해당 내용은 유관순 열사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항거'에도 담겨 있다.

총 7줄로 구성된 짧은 가사지만 빼앗긴 조국을 되찾으려는 결기와 갖은 고문 속에도 꺾이지 않던 그들의 용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특히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끊는다.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는 가사 속에는 조국 독립의 염원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평가다.

'여옥사 8호 감방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정확한 가사와 멜로디 없이 구전 돼 내려오던 것을 심 지사의 아들인 문수일 씨가 어머니로부터 들은 노래를 토대로 가사를 복기했다.

문 씨는 고등학교 시절 가사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알고서는 어머니 생전에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65년 간 서랍 속에 잠자던 노랫말은 올해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작곡가 정재일 씨가 멜로디를 붙여 '대한이 살았다'라는 제목으로 재해석했고, 가수 박정현과 전 여자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는 올해 3·1절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신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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