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사람들이 허리를 굽혀 모 한 웅큼씩을 땅에 묻은 날이 있었습니다. 좁은 못자리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논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으려니 제법 겁이 나는 날이었습니다.

또르르 굴러떨어지는 아침 이슬에 잠이 깨기도 했고, 달이 선 중턱에 걸린 밤이 오면 괜히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 내 몸은 어느덧 사람 허리만큼 자라났습니다.

"올해 벼농사가 잘 된 것 같다"는 사람 말소리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추석이라고 부르는 가장 큰 명절에 저는 아마 꽤나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태어난 추석 햅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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