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화재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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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화재 이것이 문제다
  • 시사통신
  • 승인 2019.10.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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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북부소방서 임동119안전센터장 송재빈
광주북부소방서 임동119안전센터장 송재빈

 

"펑하는 소리가 나면서 전기가 나간 후 병원 안이 암흑상태가 됐습니다. 그 후 검은 연기가 복도에 가득 찼어요…" 

김포 요양병원 요양간호사인 A씨는 얼굴에 검게 그을음이 묻은 채 화재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다른 요양사 B씨는 "닫힌 문 사이로 검은 연기가 들어와 매우 놀랐지만, 주변에 있던 수건 등을 이용해 문틈을 막으면서 버텼다"며 "10분 후 소방관들이 구조를 위해 들어와 하늘에서 날 도와줬구나 하는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소방관이 싸이렌 울리며 긴박하게 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포 요양병원 주변에는 불을 끄는 소방대원들과 환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 등이 줄지어 서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화재 현장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지난 9월 24일 김포요양병원 화재로 2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당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 132명이 입원해 있어 더 큰 대형 참사로 번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불은 병원 측이 전기안전점검을 위해 전기를 끊는 상태에서 환자들에게 수동으로 산소를 공급하려고 보일러실에 보관중인 산소탱크 밸브를 여는 순간 펑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어났다. 의료용 고압산소는 농도가 높아지면 작은 외부충격이나 마찰에도 폭발,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야 함에도 열기가 많은 보일러실에 보관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다. 보일러실 열기를 감지하면 천장에서 자동확산소화장치가 제대로 분사돼야 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 초기 소화설비 허점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보일러실은 병실 가까운 곳에 위치해도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설치되지 않았다. 불길이 빨리 잡혔고, 병원 직원들이 매뉴얼에 따라 헌신적인 구조, 피난 노력을 펼쳤음에도 소방시설 작동미비와 최초 발화지점인 보일러실 방화문을 닫지 않고 대피 연기에 의한 질식 사망했다. 안전의식과 기본적 초기 대응이 잘못된 인재(人災)사고다.

각종 재난 시 제 때에 피난하지 못해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양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치료를 받는 곳이다. 각종 재해에 대한 대응이 다른 어느 곳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사건 사고에 더 많은 주의와 대책이 필요한 곳이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많은 인명피해를 냈던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와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요양병원이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낸 사건이었다.

요양병원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요양병원 이용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요양병원 안전문제를 방치한다면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요양병원에 맡기고 하루하루 불안해할 사람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반 건물을 요양병원으로 용도변경 운영하는데 있다. 일반 건물은 소방시설이나 피난 구조 등이 요양병원 기준에 못 미치는 취약한 구조이다. 법적 요건에 겨우 끼어 맞추는 요양병원이 많다는 얘기다.

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고 유지 관리 전담하는 소방안전관리자가 필요함에도 다양한 업무로 후순위다. 병원책임자는 안전관리업무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병원 화재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문 닫는 경우가 많다. 안전비용이 더 저렴함을 깨달아야 한다. 고령과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기 위해서는 보통보다 훨씬 높은 기준의 소방시설과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편법과 무사안일을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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