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웅 용인한일초등학교 교사
최영웅 용인한일초등학교 교사

 

올해 초, 용인한일초등학교로 발령이 났다. 다년간 교사 생활로 이제는 적응할 만도 한데, 새로운 학교에서의 근무는 언제나처럼 낯설고 어색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업무, 새로운 학생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로 설레기도 했다. 수업 외 하는 업무 중에서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보람된 일이 뭘까? 나는 ‘학생자치’를 선택했다. ‘학생자치’는 학교교육의 핵심 내용 중 하나로 학생들이 자치활동을 통하여 인권존중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인 삶의 자세를 가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학생 스스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학교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결정했던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학생자치’의 시작은 학생들이 민주적 의사결정방식을 많이 경험하게 하고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먼저, 학생자치회 활성화를 통해 학생들이 민주적 의사결정방식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되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만큼은 서로 의논하고 토의하여 또래 집단 스스로 내린 결정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다. ‘학교’라는 공동의 공간을 사용하기 위한 규칙을 학생 스스로 만들고 지켜나가다 보면 민주적 의사결정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도 한다. 어쩌면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의사결정의 중요성과 이에 따른 책임감도 느꼈을 것이다. 학급자치회의에서 결정된 내용들은 전교학생자치회를 통해 수정되기도 하고 확대되기도 했다. 이렇게 수정 또는 확대된 의견은 학교전체의 의사결정에 반영되었다. 학생은 교사, 학부모와 함께 동등한 주체로 학교의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었고 비로소 학생은 진정한 학교의 주인이 되었다. 다음으로는 학생들 스스로 학생자치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였다. 이제까지 학생들은 미리 교사가 만든 ‘학생자치 커리큘럼’에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주인이 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배우고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인 ‘학생자치팀’이 필요했다.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과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학생자치팀’이 만들어졌고, 이렇게 만들어진 ‘학생자치팀’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일들을 하였다. 다양한 주제로 월별 캠페인을 하였고, 포스터 공모전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의식을 일깨워 주었으며, 동아리 활동으로 매월 2회 ‘짠! 버스킹!’이란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활동들이 학교 민주주의를 실천해 보는 소중한 경험이 되어 마침내 올해 1학기에는 학생들이 직접 학생대표를 뽑는 학생자치회 선거 전 과정을 준비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선거를 실시하였다. 학생자치회 선거를 교사가 관여하여 학생들이 따르기만 하던 기존의 방식이 아닌 학생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치러낸 것이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처음으로 사회를 경험하고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는 초등학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경험할 수 있는 최초의 장이다. 따라서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기초 역량을 다져 놓지 않으면 안 된다. 학생들이 초등학교에서 ‘학생자치’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체득한 ‘민주주의’가 학생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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