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f(x)' 출신 설리. 사진=인스타그램 캡처/뉴시스
그룹 'f(x)' 출신 설리. 사진=인스타그램 캡처/뉴시스

그룹 'f(x)' 출신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비극적인 죽음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악성 댓글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의 그릇된 팬 문화를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에 게시판에는 악성 댓글을 방지하자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법을 만들어 달라"는 글이 15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 댓글에 실명제를 적용할 것과 무책임한 기사를 쓰는 언론인의 자격을 정지할 것을 촉구했다. 청원인은 "대다수는 설리의 사망 원인을 무분별한 악성 댓글로 보고 있다"며 "당사자가 없는 지금까지 주변인들에게까지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들도 설리의 죽음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의 페미니스트, 개척자적 면모 때문에 그가 온라인 악성 댓글로부터 괴로움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설리는 보수적인 한국 연예계에서 상대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BBC는 "일부는 그녀가 온라인에서 받은 학대로 케이팝 작업을 중단했다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설리는 매우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적 목소리를 내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것으로 유명한 몇 안 되는 여성 엔터테이너였다"라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브래지어를 벗은 설리의 모습은 여성들이 마음대로 옷을 입을 수 있는 자유와 충돌하는 팝 아이돌 롤모델로서의 얌전함에 대해 논쟁을 일으켰다. 설리는 방송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에 맞섰고, '노브라 권리'를 당당히 옹호했다"라고 평가했다.

설리는 그룹 'f(x)' 출신 연기자다. 화려한 외모와 톡톡 튀는 행동으로 팬들을 몰고 다녔다. 개성 강한 행동과 스타일로 '패션계 아이콘'으로 통하기도 했다.

그만큼 설리는 악플에 시달렸다. 열애설, 속옷 착용 여부와 관련된 솔직한 언행으로 일부 네티즌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설리는 2014년 한 힙합듀오 멤버와 열애설 등이 알려진 직후 악성 댓글과 갖은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다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2015년 팀을 자퇴하고 연기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패션왕' ‘리얼’ 등에 출연했다. 데뷔 14년 만인 지난 6월 처음으로 솔로곡 '고블린(Goblin)'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절친한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주연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특별출연했다.

설리만큼 악플에 시달린 연예인도 드물었다. 설리는 당당하게 대처했다. "가시밭길이더라도 자주적 사고를 하는 이의 길을 가십시오. 비판과 논란에 맞서서 당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십시오"라고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스타들이 악플에 대해 허심탄회한 속마음을 밝히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 MC로 출연했다.

최근 여성의 속옷 착용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네티즌들에게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다. 어울리면 하는 것이고, 어울리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동료 연예인들은 설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설리와 절친한 가수 겸 배우 구하라는 "그곳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잘 지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고 애도하기도 했다.

유아인은 "자유를 향한 저항을 온몸으로, 자신의 인생으로 실천한 인간. 그리고 내가 아는 것보다 삼억배는 더 많을 진리의 진실"이라고 추모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는 새 앨범 사전 콘텐츠 공개를 중단했다.

설리의 죽음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6일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최진리)에 대한 애도사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애도사에서 "설리는 여성 혐오에 맞서 함께 싸워왔던 젊은 여성들의 동지였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을 거두게 하는 투쟁으로 앞선 여성들에게 위로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설리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력이나 타살 혐의점 없음’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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