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의 평양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7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7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29년 만에 평양에서 벌어진 남북 축구대표팀의 경기는 격렬했다. 거친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햇고, 북한 선수들은 온 몸을 활용해 한국 선수들을 위협했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나 15일 평양에서 북한과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르고 17일 오전 귀국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우리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 큰 수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경기가 거칠었다"고 떠올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시종일관 거친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전반 중반에는 양팀 선수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축구대표팀 단장 자격으로 평양 원정길에 동행했던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거칠었다. 지금까지 축구를 보면서 그렇게 밖에서 함성을 지르는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북측 선수들이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몸싸움 역시 북한 선수들의 도를 넘는 행동에서 비롯됐다. 손흥민은 "축구를 하다보면 몸싸움은 당연히 허용된다. 하지만 누가 봐도 거칠게 들어오는 상황이 되게 많았다. 그쪽 선수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당연히 욕설도 난무했다. 손흥민은 "심한 욕설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었는지 다시 묻자 "별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고 웃었다.

지난 7월 조 추첨 당시부터 우려를 자아냈던 이번 경기는 기이함의 연속이었다. 평양 김일성경기장은 관중이 전혀 없이 텅 비었다. 북측은 경기 전날 관계자 미팅 때만 해도 '4만명 가량 올 것'이라고 통보했다. 생중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한국 선수단을 철저히 통제했다. 선수들은 숙소인 고려호텔과 경기를 치른 김일성경기장 외에는 어떤 곳도 방문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통제된다는 느낌보다는 그런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민한 문제였고, 선수들도 조심스러워했다"고 소개했다.

손흥민은 내년 6월 국내에서 열릴 리턴매치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부상없이 잘 돌아왔기에 한국에서 경기할 때 좋은 경기로 승리하는 것이 가장 큰 대답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을 기약했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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