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 기자) 만물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지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기인 춘분(春分)을 앞에 두고 있지만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정작 봄은 멀게만 느껴진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야외활동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모든 바깥 활동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도 한계가 왔다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권인경 주부는 “마스크 착용과 감염 예방수칙을 잘 지키면 외부활동에 무리가 덜할 것 같다. 방학이 길어져 답답함을 호소하는 아이와 함께 나들이 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절실하게 필요해 수소문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모여도 비교적 안전한 거리가 유지될 정도로 넓고 쾌적한 적당한 나들이 장소로 추전 받은 곳은 경기도 가평의 남이섬 유원지. 

남이섬에도 겨우내 얼어붙은 땅이 녹고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포근해지는 날씨에 매섭던 바람은 풀 내음 가득한 봄바람으로 바뀌었다. 

신기하게도 봄이 온 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종류도 다양한 나무들이다. 이미 봄이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가지마다 노란 꽃망울을 품고 부지런히 햇살을 모으고 있다. 생장할 준비를 이미 마친 물오른 나무는 성큼 다가온 봄 마중 중이다. 나무가 계절을 먼저 읽었으니, 이제 나무가 내어준 시원한 그늘 밑에서 봄을 만끽하는 건 사람들의 몫이다.

남이섬에는 가장 대표적인 메타세쿼이아길부터 자작나무길, 중앙잣나무길, 은행나무길 등 걷고 싶은 길이 많다. 완연한 봄이 오면 ‘벗(友)꽃놀자’가 열리는 ‘벗(友)길’ 외에도 섬 동쪽 강변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거대한 ‘수양벚나무 군락지’가 장관을 이룬다. 일반적인 벚나무(왕벚나무)와 다르게 아래로 늘어진 가지 사이로 새하얀 벚꽃이 흩날려 나무 아래 누워 봄을 만끽해도 좋다. 

남이섬의 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섬 남단에 위치한 호텔 ‘정관루’다. 마지막 배가 떠나고 난 텅 빈 남이섬, 정관루에 불이 켜지면 한밤의 네버랜드가 펼쳐진다. 스마트폰만 켜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고독은 완성된다. 숲의 정령들과 함께하는 남이섬의 밤을 만끽할 수 있다.

남이섬 관계자는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잠들고 모든 국민들이 소중한 일상을 되찾길 바란다”며 “남이섬에 봄이 성큼 찾아왔듯 국민 모두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한편, 남이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직원에게 마스크를 배부해 반드시 착용하고 근무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다중이용시설에는 손 소독제를 구비하는 한편 매장·매표소·선박 등 고객이 많이 찾는 실내공간은 수시로 방역을 하고 있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 발표를 모니터링하고, 인근 가평군보건소와 이송체계를 마련하는 등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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