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를 상대로 불법 스포츠도박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으려 한 전직 프로농구와 배구선수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은 불법 스포츠도박 행위를 폭로하겠다며 협박문자를 보낸 혐의(공갈미수)로 현 프로농구 선수 A(29·공익요원)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승부를 조작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B(32)씨 등 전 프로배구 선수 2명을 구속하고 돈을 돌려받기 위해 협박전화를 한 혐의(협박)로 전 대학 배구선수 C(30)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26~29일 프로농구 선수 D(32)씨에게 "과거 불법 스포츠도박을 했던 사실을 알고 있다.

2000만원을 주면 조용히 눈감아주겠다" 는 등의 협박문자를 16차례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D씨는 경찰조사에서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9~11월 용인시 한 면사무소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며 알게 된 조모(72)씨를 속여 통장과 현금카드를 건네받아 5차례에 걸쳐 모두 700여만원을 빼 쓴 혐의로 올 1월 입건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전 프로배구 선수 B씨와 E(30)씨 등 2명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C씨에게 승부조작으로 스포츠도박에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또 같은 해 11월17~18일 현 프로배구 선수 F(31)씨에게 과거 무혐의를 받은 승부조작 사건을 빌미로 '난 승부조작해서 2년 살았다. 너도 들어가야지' 등의 전화와 문자를 16차례 보내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와 E씨는 2012년 4월 스포츠 승부를 조작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각각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편 B씨 등에게 5000만원을 건넨 C씨는 승부조작이 제대로 되지 않자 승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생각한 현 프로배구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할려고 했으면 진작 했겠지, 그냥 원금만 받으려는 거다"며 수차례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 등 2명은 경찰에서 "B씨에게 5000만원을 주고 승부조작 정보를 받아 불법 스포츠도박에서 8000만원을 베팅했다가 탕진한 후 이성을 잃고 협박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등 4명의 계좌를 수사하였으나 실제 프로선수를 매수해 승부를 조작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현직 프로 선수들이 승부조작과 관련 협박피해가 있었는지 추가로 확인하는 한편 이들 선수들이 실제로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에 관련돼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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