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방송 프로듀서로 일할 당시 단지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드물게 미국 현지의 언론과 연달아 인터뷰를 한 일이 있었다.  그 당시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과 연예인의 해외 진출에 대한 현상을 “한류(Hanryu)”와 “코리안 웨이브 (Korean Wave)”라는 새로운 말로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다시 스웨덴으로 이주한 후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코리안 웨이브”를 열심히 따르던 팬클럽 대표와 만나게 되었다.  북유럽이 K-팝에 대해 막 눈을 뜨기 시작할 무렵 여러 한국의 아티스트들에 대해 한국인 이상의 애정을 가진 북유럽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팬클럽이었다. 

지금 세계는 20여 년 전의 “코리안 웨이브”의 흐름보다 더 깊고 진지한 관심으로 한국의 문화를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한국 문화의 세계적 입지 변화에는 BTS (방탄 소년단)의 활약이 큰 계기가 되었다.  BTS의 인기는 단순히 “코리안 웨이브”의 확장판이 아니라 “K-컬처”라는 세계 문화계의  새로운 큰 흐름을 만들고 있다.  BTS의 국위선양과 문화 창달이란 업적이 국민 대다수에게 인정받게 되면서 징병제를 실시하는 대한민국의 병역 특례와 그에 대한 적용 범위가 새로운 사회적 숙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논란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 문화, 새로운 K-컬처 발전을 통한 국가 이익을 위한 장기 계획을 위해서도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국회에 계류 중인 BTS 특례 법안을 4월 중 마무리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박탈감과 공정성에 대한 의미도 부각되는 추세다. 어찌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었던 병역 특례에 대한 논란이 BTS를 통해 다시 붉어지는 느낌도 받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병역 특례에 대한 정의는 “국위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순수 예술인과 체육인”으로 국한되어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문화가 세계 속에서 커지고 있는 영향력과 확대되고 있는 문화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너무 구시대적인 좁은 의미로 국한되어있다고 보인다. 

세계 문화 속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다양한 체육 예술 분야의 대한민국의 개인들과 그들이 지닌 컨텐츠의 가치를 고려하여 수치화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하게 세계대회의 입상보다는 K-컬처를 리드하는 개인들의 세계적 영향력과 컨텐츠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이젠 필요할 때다.  아울러 그동안 제한적으로만 수치화되었던 수상의 범위와 순수 예술이라는 정의는 확대되어야 한다.  대중문화뿐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개념의 문화 영역으로 계속하여 확대될 수 있다.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컨텐츠를 판단하는 기준은 영향력과 파급력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컨텐츠의 확장성을 꼽는다.  얼마나 많은 세계인들의 공감과 사랑을 얻고 있는지, 또 그로 인해 도드라지는 K-컬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핵심 키워드다.  세계 속에서 알려지는 K-컬처는 출발점이었던 특정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방면의 한국 문화로 급속한 전파력을 보여준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미국과 유럽의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과 유행도 그동안 한국 대중문화의 아티스트들이 세계를 향해 구애를 보낸 행보에 대한 반응 중 하나이다.  한 개인 또는 어느 브랜드 하나가 그 나라와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속에서의 생활 방식이 이젠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이젠 세계인이 대한민국의 컨텐츠를 즐기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여러 상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병역 특례가 병역 의무의 완전 면제를 의미해서는 안된다.  청년들이 박탈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특별하다는 규정에 특별한 의무 또한 새롭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공정한 의무 이행을 위한 보완책이다.  일정 기간 동안의 기초 군사훈련과 지속적인 동원 예비군 훈련, 그리고 병역 특례자에 대한 공익 봉사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병역 특례자에 의한 공익 봉사가 얼마나 큰 영향력으로 국가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국익을 생각하면 오히려 장려되어야 할 측면도 보인다.  특혜와 그에 대한 의무의 공정함이 미래 세계를 리드할 K-컬처의 가치 중 하나일수도 있다. 

BTS가 개인의 꿈을 위해서 해온 일을 왜 국위선양에 연결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처음에는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본다.  대한민국 한 사람의 꿈이 세계에서 펼쳐지는 순간 대한민국도 조금씩 나아간다. 그런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는 세계를 바라보고 달려왔다.  우리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지나온 우리의 관성으로 아직까지 우리는 세계가 멀리 있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다.  과연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동안 세계인들이 얼마나 많은 대한민국의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해볼 때다.  이에 따라 “국위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순수 예술인과 체육인”이라는 정의도 K-컬처의 더 넓은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대한민국 문화의 지속적인 발전과 전파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K-컬처의 시작을 이끌었던 BTS가 이제 다시 K-컬처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날개를 달길 바란다.

 


이종한
한국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방송과 영상을 위해 열정을 다했다.  미국에서 영화와 모션그래픽 전공후 LA 방송사에서 Production Director로 일했다.  그후 Creative Designer로  활동하다가 스칸디나비아 스웨덴으로 이사하였다.  현지의 문화와 가치에 큰 영향을 받아 북유럽 문화, 협업 프로젝트 회사를 운영하며, 북유럽의 가치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액션 영화와 코메디를 사랑하며, 단순함에 대해 애정을 넘어선 갈망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를 미니멀리스트라 불리길 원하는 디자이너이다.  지은 책으로는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 “노르딕 소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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