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인류 역사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항시 인간은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키는 그 핵심에 있다. 자! 그러면 그 인간이 갖는 변화 시키는 힘은 어디서 왔나? 그 힘을 만드는 원천적인 근원은 교육으로부터 온다.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다. AI 시대에 교육의 본질은 바로 내 자녀의 자생력을 형성하는 일이다. 내 자녀를 위해 E-CLIP(Emotional Creative Leadership Improvement Program)을 통한 자생력 교육이 필요하다.

Ⅰ. 기본기가 잡히지 않은 아이들

기본적인 교육이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생각하기 등 인지적인 부분을 깨우치는 교육을 의미한다. 우리는 학교 교육으로 이런 인지기능의 기본기를 쌓고, 그 위에 다른 능력을 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상식을 벗어난 경우를 두고 “기본적으로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지?”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인지기능은 교육의 기본기이며 자생력의 근간이 된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과 자생력을 논하는 이 시기에 기본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자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발전적인 자생을 방해하기에 충분하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학습적인 측면에서 어느 한 부분이 유독 떨어지는 경우다. 특정 과목을 심각하게 어려워한다거나 읽기와 말하기 등의 인지적인 부분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학습자를 위해 ‘특화 자생력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인지적인 부분을 향상 시키는 데 집중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똑똑하다고 말하는 두 아이가 있었다. 그럼 에도 둘 다 한 가지씩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 민영이는 유독 국어 과목에 약했고, 성철이는 발표 공포증이 있었다. 민영이의 학습 과정은 별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받아쓰기는 늘 100점을 받았지만 갈수록 국어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버거워지더니 점차 국어가 어려워졌고 현재는 국어 시험이 거의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말과 글인데도 이해가 어렵고 내용 파악이 안 되다 보니 핵심 파악은 당연히 할 수 없었다. 학년이 오르면서 읽기 책에 나오는 지문이 길어지자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다른 과목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는 반면 국어에서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아 전체 평균을 다 깍아 먹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고, 공부 자신감도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절망스러워했다.

성철이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발표를 무서워했다. 집에서는 활발하고 말도 잘하는 아들이건만 수업 시간만 되면 입이 안 떨어진다고 했다. 일어 나서 발표를 하거나 토론을 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할 때는 무척 괴로워했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말도 잘하고 활발히 소통하는데 유독 발표만 어려워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두 아이 모두 일상에서는 별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도 이유를 모르겠다며 속상해했는데 우리는 이들의 문제가 말과 글에 대한 어려움을 넘어 사고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저하된 자생력을 되살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아이 모두 사고력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보완이 필요했다. 특화된 부분의 자생력 프로그램을 설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의외로 말과 글, 좀 더 깊이 들어가 사고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고력은 자생력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사고력에서 융합·창의·리더십이 발휘되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또한 미국의 저명한 발달심리학자 로베르타 골린코프는 싱크탱크 기관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캐시 허시-파섹과 함께 쓴 책 『최고의 교육』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이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여섯 가지 요소 중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꼽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비판적 사고란 어떠한 사실을 검증하고 자신의 견해를 갖는 것으로 수많은 정보가 폭발하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이다. 사실이나 의견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은 아이들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 뿐이며, 무엇이 필요한지를 사색하고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한지를 생각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새로운 시대가 찾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고력은 지능지수를 향상하는 데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우리 연구팀에서는 사고력에 관련하여 자생력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IQ 자생력 프로그램이라 이름 붙였다.

IQ 자생력 프로그램은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학습자의 참여 및 표현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특화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표현의 기술(발표, 토론 등)을 배워서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의사소통 능력을 얻게 한다. 특히 사고의 바탕이 되는 읽기 훈련의 경우, 능동적 읽기 활동으로 글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어서 사고를 확장하는 활동을 하고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발상의 전환, 나아가 찬반 토론으로 스스로 사고하고 타인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고와 표현에 이르는 활동을 한다.

Ⅱ. ‘읽기’와 ‘능동적 읽기’의 차이

“국어도 공부가 필요한 줄 몰랐어요.”

IQ 자생력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민영이에게 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자 아이는 말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한 민영이는 외국어는 공부해도 모국어인 국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네 말이 맞아. 국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읽기도 쓰기도 기술이 필요하거든. 글의 내용을 잘 파악하려면 글을 효과적으로 읽고 핵심을 찾아내야 하겠지? 그러려면 전략적으로 학습해서 사고력을 기르는 게 중요해.”

아이는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국어 공부의 전략을 알고 싶어 했고, 사고력을 키우는 활동에 돌입했다.

1단계 표현의 기술 익히기: 먼저 표현의 기술부터 익혀보자. 의사 표현은 발표나 토론 활동으로 극대화된다. 발표를 무서워하던 성철이와 이 활동을 진행하려고 하자 마치 발표를 앞둔 사람처럼 긴장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우선 표현의 기술들과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성철이에게 말을 잘하는 것과 발표력이 좋은 것의 다름을 이해시켰다. “말을 잘한다고 반드시 발표를 잘한다고 볼 수 없어. 발표는 기술을 익혀서 좋아질 수 있고, 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참여의식과 의사 표현 능력을 키울 수 있지.”의사 표현에는 발표와 함께 토론도 포함된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이 토론이다. 그리고 토론 기술을 익혀서 효율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갔다.

2단계 읽기: 이 활동은 국어에 유난히 취약했던 민영이에게 집중한 부분이기도 하다. 국어 학습을 할 때 제일 먼저 ‘읽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읽기는 사고의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국어에 취약했던 민영이에게도 기본기가 필요했다. 그런데 글자 자체를 기계적으로 읽는 것으로 끝나면 어떤 발전도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할 장치로서의 읽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읽기는 많이 해봤다는 민영이에게 ‘능동적 읽기’를 제안했다. 능동적 읽기란 단순히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글의 내용과 의미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읽는 것을 말한다.

3단계 생각 나누기 , ‘생각 정리하기’ 활동을 마치면 ‘생각 나누기’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학습자가 글을 읽고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디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써보고, 자신이 어떤 면에서 더 노력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성철이는 토론의 전반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부끄러워하면서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초반에 긴장감을 보이기는 했으나 점차 자신감을 찾으며 목소리도 커졌다. 의견을 발표하는 기술,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제시할 때의 말하기 기술, 수정 의견을 제시할 때와 질문 요령의 기술을 제법 잘 활용했다.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내용을 단순 정리하는 게 아니라 인상 깊었던 장면을 떠올리며 글을 쓰도록 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면 글쓰기가 어렵지 않고 사고의 깊이가 깊어진다.

Ⅲ. 부모님과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와의 상호작용

다르게 사고해 자생력을 향상하는 활동으로 부모님은 내 사랑하는 자녀가 관심 있는 분야의 읽기 활동을 할 때 더 효과적으로 동기부여 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흥미가 있으면 긴 글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기 때문이다. 평소 긴 글을 읽지 못한 이유는 동기와 인내가 부족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자녀가 관심 있는 글을 선택해서 동기를 부여하고 능동적 읽기로 생각을 나누는 활동을 하다 보면 자생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자녀가 다르게 생각해서, 자녀의 감성적 창의력 교육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몰입을 드높여 자생력의 뿌리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감성적 창의력인 자생력을 위한 E-CLIP(Emotional Creative Leadership Improvement Program)은 바로 AI시대에 자생력을 교육하는 출발이며 성장하는 우리의 자녀를 교육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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