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Ⅰ. 다르게 사고하라

‘분석적 사고’는 능동적 읽기로 사고를 연 뒤에 이어지는 활동이다. 사물의 특징을 비교 분석해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게끔 돕고, 경직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이는 분석적 사고 과정이 합리적 선택과 적극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분석적 사고를 위해 계획한 것은 ‘좋은 점 불편한 점’ 활동이다. 한 가지 사물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인데, 컴퓨터 모니터를 예로 들어보겠다. 모니터의 핵심 특징이 무엇인지 써보고, 그 특징 덕분에 좋은 점과 특징을 없앴을 때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우선 민영이는 모니터의 특징을 ‘컴퓨터의 화면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그 특징 덕분에 좋은 점은 무엇인지, 특징을 없앤다면 무엇이 불편한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잠시 생각한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좋은 점은 글이나 그림, 영상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 보여주는 기능이 사라지면 소리만 들리니까 무척 답답할 것 같아요.”처음 이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부담스러워했던 아이는 이내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생각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오히려 재미있다며 제품군에서 나아가 아이가 처한 상황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비교하면서 사고 활동을 확장 시켜 나갔다. 우리는 학습자에게 창의성은 자신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알려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활동을 제안했다. ‘가게 이름 짓기’ 활동이 그것이다. “가게 종류는 수없이 많은데 그중에서 네가 짓고 싶은 가게 이름을 지으면 돼.” “민영이네 김밥 이런 건 안 되는 거죠?”“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해. 가게 이름을 들었을 때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거나 ‘아하!’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름이면 좋을 것 같다.”

아이는 자신만의 재미있는 가게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복떡방 △버르장머리 △배추랑 양파랑 △엽기 우동 △초딩김밥 등이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명이었다고 생각한다. 민영이는 가게 이름 짓기 활동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쏟아내며 재미와 흥미를 보였다. 자신감과 사고를 통한 자생력도 떨어져가던 민영이의 사고 체계는 점점 넓어졌다.

Ⅱ. 창의성 글쓰기

4단계 발상의 전환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활동으로 ‘창의적 글쓰기’가 있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어요’ 활동을 진행했다.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성하도록 이끄는 활동이다. 먼저 이야기 구성 능력을 키우기 위해 끝말잇기를 진행했다. 비교적 쉬운 끝말잇기를 한 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어들을 사용해 글쓰기를 시도했다. 성철이는 ‘과자 → 자두 → 두루미 → 미나리 → 리본 → 본드 → 드래곤’으로 끝말잇기를 한 후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어제 본 만화에는 머리에 리본을 맨 두루미가 나온다. 두루미는 한 손에 과자를 든 채 친구들과 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 성철이는 평소 재미있어하던 끝말잇기 활동과 그 단어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이렇게 쉬운 이야기라면 사람들 앞에 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의 동기부여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계기로 1단계 표현의 기술 활동으로 돌아가 재진행했다. 자생력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할 필요는 없다. 언제든 필요한 상황으로 돌아가 시작하면 되는데, 성철이는 발표 기술을 익히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민영이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발표 기술을 익혔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자신감을 키우면서 성철이는 발표와 토론의 기술로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IQ 자생력 프로그램은 마지막 단계에서 빛났다.

Ⅲ. 어떻게 사고력을 높일 수 있을까?

IQ 자생력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는 활동을 통해 넓혀진 사고를 발표와 토론의 장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사고를 말로 표현하는 활동을 마친 상태여서 토론 활동에 대한 거부감도 해소된 상태라 할 수 있다. 토론 학습을 하는 이유는 학생들로 하여금 공동의 문제의식을 갖도록 자극하고, 문제의 확인을 도와 정확히 탐구할 수 있는 사고력을 키우며 문제해결 방법에 도달하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학습자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과 의사 표현력을 길러주며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민주적 태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두 아이에게 찬반토론 활동을 제시했을 때 두 사람 모두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전 활동에서 어느 정도 사고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발표에 공포심을 갖던 성철이는 찬반토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자신이 가장 취약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었기에 바꾸고 싶었던 것 같다. ‘방학 숙제가 필요한가?’를 찬반토론 주제로 정한 뒤 성철이에게 찬성과 반대 중 편한 쪽을 선택하라고 했다. 아이는 잠깐 생각할 시간을 갖더니 찬성측을 택했다. 자연스럽게 연구팀원인 내가 반대 입장이 되어 찬반토론을 시작했다. 방학 숙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성철이는 찬성 의견을 발표했다. 그에 대한 근거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말했다. “저는 방학 숙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방학 기간은 학교에 나가지 않기 때문에 수업으로 배우지 못합니다. 그러면 그 시간에 놀 텐데 숙제마저 없다면 방학 내내 놀기만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이에 내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아이는 조목조목 반박하며 우리나라 교육 제도까지 꼬집는 등 열심히 사고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간중간 주장하려는 내용을 표현하는 데 서툰 모습을 보였지만, 평가 없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방학 숙제를 내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을 때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Ⅳ. 토론교육

토론 교육을 한 뒤에는 평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신의 토론 기술을 객과적 방법으로 평가하고 개선책을 찾는 ‘나의 토론 기술은?’ 활동을 이어갔다. 이때 ‘잘했다’, ‘못했다’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검사를 거쳐 자신의 토론 기술을 확인하고 평가한 뒤 적용해야 한다. 다음은 토론 기술을 평가하는 열 가지 항목이다. 항목별로 0~3점으로 점수를 적어 평가하면 된다.

△논제가 잘 선정되었는가? △시작과 전개 정리 과정에 따라 진행되었는가? △사회자의 진행 태도는 올바른가? △찬성측 입장의 전개는 어떠한가? △반대측 입장의 전개는 어떠한가? △그에 따른 적절한 질문과 답변을 했는가? △모든 토론자의 참여도는 어떠했나?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들어주었나? △자신이 주장하는 의견에 대한 충분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했나? △결론을 잘 마무리지었는가? 등이다.

성철이의 평가 결과는 30점 만점에 16점이었다.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부족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성철이는 그동안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거나 발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양한 사고 활동과 토론 및 표현 활동을 진행하면서 점차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감도 부쩍 늘어 있었다.

Ⅲ. 부모님과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와의 상호작용

다르게 사고해 자생력을 향상하는 활동으로 부모님은 내 사랑하는 자녀가 토론 활동을 강조 할 필요가 있다. 또 한 성적만을 위한 교육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런 교육은 결국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통합적인 교육, 전인적인 교육, 다시 말해 자생력을 키우는 교육만이 학교에서뿐 아니라 사회생활, 나아가 미래 시대를 관통하는 역량이 되어줄 것이다.

자녀가 다르게 생각해서, 자녀의 감성적 창의력 교육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다르게 사고해 자생력의 뿌리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감성적 창의력인 자생력을 위한 E-CLIP(Emotional Creative Leadership Improvement Program)은 바로 AI시대에 자생력을 교육하는 출발이며 성장하는 우리의 자녀를 교육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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