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Ⅰ. EQ 시대, 감성이 메마른 아이들

감성지수 EQ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상황의 변화를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찾으려고 하며, 다양한 감정을 억제할 수 있고,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세계미래학회World Future Society는, 오늘날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것들이 미래에는 어떤 영향력을 갖게 될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으로 매년 보고서를 만들어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미래를 연구하는 만큼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가 활발한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의 세계에서 EQ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미래 세계에서는 습득한 지식 혹은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은 감소할 것이며, 감성지수가 개인의 성공은 물론, 기업과 사회 경제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내용도 다를 바 없다. 포럼은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능력 ‘2022 능력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를 살펴보면 대부분 EQ와 관련된 능력이다.

▲분석적 사고와 혁신 ▲능동적 학습과 학습 전략 ▲창의성, 독창성, 추진력 ▲기술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비판적 사고와 분석 ▲복잡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 ▲감성지능 ▲추론, 문제 해결과 추상화 ▲시스템 분석과 평가 등이다.

Ⅱ. 미디어랩 미첼 레스닉 교수

이 결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EQ가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사람과 기계의 공존이라는 과업 앞에서 EQ야말로 인간다움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는 감성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보면, 전혀 감성적이지 못하다. 기계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SNS로 대화를 나누며 사람과 감정을 나눌 기회를 잃다 보니 미래를 이끌어야 할 아이들 세대가 어른보다 더 감정 표현에 메말라 있다. 『평생유치원』을 쓴 MIT 미디어랩 미첼 레스닉 교수는 감성이 발달해야 할 아이들이 점차 메말라가는 이유 중 하나로 점점 조기교육 훈련소가 되어가는 유치원의 교육 문화를 꼽았다. 유치원의 창시자 프리드리히 프뢰벨이 처음 독일에 유치원을 열었을 때의 교육은 놀이탐구 시간에 가까웠다. 당시의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형 교육이었는데 이는 아동을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이에 교감형 교육 모델로 바꾸고 아이들에게 장남감과 공작 도구를 주며 다양한 물건과 교감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런 교육 방식이 경쟁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점점 일반 학교처럼 시험과 경쟁이 주를 이루게 된 것이다. 교감과 감성을 도외시하는 교육은 단순히 감정 결핍을 넘어서 창의성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그는 지적한다(미첼 레스닉, 『평생유치원』,)

Ⅲ. 감정 표현

연구팀과 만난 영수와 민선이는 성향도 생활 패턴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감정 표현이 매우 서툴렀다. 민선이는 학교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여학생으로 의사를 꿈꿨다. 조용한 성격이라 평소 혼자 책 읽기를 좋아했고, 워낙 성실해서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단 한 번도 미룬 적이 없으며, 친구들과도 싸우는 일이 없었다. 집에서도 모범생이었다.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물론 여동생과도 거의 다투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민선이는 공부 잘하고 학교생활도 인간관계도 괜찮은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민선이는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재미있는 행동을 해도, 웃긴 말을 해도 잘 웃지 않았다. 동생이 자신의 일기장에 낙서를 해도 화내지 않았다. 이 아이에게는 감정이 없는 것일까? 정확히 말하면 민선이가 기쁘거나 화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느낄 수는 있으나 자제하는 것이다. 얼굴이 빨개지기 때문에 웃겨도 웃지 않고 화가 나도 화내지 않는 것이다. 처음에 부모님과 선생님은 민선이의 모습을 보고 의젓하고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민선이의 글을 보면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였기에 내심 기대를 안고 글을 읽었는데 민선이의 독후감은 느낀 점이나 감정이 표현되어 있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나열해놓은 기사였다. 글에서마저 감정을 드러내지 않다니, 부모님과 선생님은 그제야 아이의 감정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영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영수는 민선이와 반대로 극단적인 감정 표현 때문에 우려되었던 아이다. 영수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정도가 조금 지나쳤다. 게임을 시작하면 몇 시간이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컴퓨터가 갑자기 멈추거나 동생이 게임을 방해하는 상황이 오면 감정을 폭발시켰다. 무작정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데, 주변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학교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수업 시간에 태도나 자세를 지적받으면 아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똑바로 앉으라는 지적을 받으면 “다른 애들은 혼내지 않으면서 왜 나만 미워해요!”라고 소리치며 학용품을 집어 던지고 화를 냈다. 또래 친구들은 그런 영수를 무서워했다. 그럼에도 영수의 학교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집중해서 공부를 한다는 말인데, 하지만 시험 문제를 풀 때 욱하는 성격이 나타나곤 했다. 성격 때문에 종종 성급하게 문제를 풀어서 실수로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못마땅한 상황이 오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과잉행동으로 이어지는 영수, 민선이에 비해 영수의 문제는 좀 더 확실해 보였다.

두 아이에게는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공부도 잘하고 학교나 집에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민선이는 정서와 감정을 표현해야 할 상황에서 반응을 하지 않았다.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의젓하고 어른스러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의 기쁨이나 슬픔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또래 친구들과 진심 어린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학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육은 끊임없이 정서와 감정을 표현하고 교류하며 성장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당연히 학업 성취도도 떨어질 것이다. 이는 곧 자생력의 저하와 직결된다. 영수의 경우는 게임에 발휘한 고도의 집중력이 수업 시간에도 적용되어 성적에 좋은 영향을 미쳤지만, 한번 화가 나면 주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였다. 물론 화가 날 때 자신의 상태를 적절히 표현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전후 상황을 따져보지 않고 자신을 미워해서 혼을 낸다는 식의 비합리적 사고로 화를 낸다면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될 뿐이다.

Ⅳ. 부모님과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와의 상호작용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도 자녀의 충동적인 성향은 꼼꼼히 내용을 살피기보다 성급하게 다가서게 할 확률이 크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생활은 모둠 형태로 진행되는 일이 많은데, 자신의 감정만 앞세우다가 교우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학업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아무리 타고난 집중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위의 예에서 영수와 민선이와 같은 사례가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실제 학업 성적의 저하와 같은 눈에 보이는 문제 때문에 교육 상담을 받기도 하지만, 감정적 컨트롤에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위의 두 아이의 이야기는 정서와 감정이 학업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한 사람의 자존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자녀가 정서지능을 키워 자생력을 깊게 하기를 바란다. 자녀의 감성적 창의력 교육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정서지능을 키워 자생력의 뿌리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감성적 창의력인 자생력을 위한 E-CLIP(Emotional Creative Leadership Improvement Program)은 바로 AI시대에 자생력을 교육하는 출발이며 성장하는 우리의 자녀를 교육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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