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인류 역사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항시 인간은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키는 그 핵심에 있다. 자! 그러면 그 인간이 갖는 변화 시키는 힘은 어디서 왔나? 그 힘을 만드는 원천적인 근원은 교육으로부터 온다.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다. AI 시대에 교육의 본질은 바로 내 자녀의 자생력을 형성하는 일이다. 내 자녀를 위해 E-CLIP(Emotional Creative Leadership Improvement Program)을 통한 자생력 교육이 필요하다.

E-CLIP을 통하여 내 아이의 감성적 창의력 교육을 하자.

정서지능을 키워 자생력을 깊게 하라

Ⅰ. 툭하면 화내는 아이를 바꾼 정서 주도

민선이의 경우에서 보았듯 정서를 알고 이해하고 인식하는 과정만으로도 EQ 자생력은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욱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영수의 경우는, 부정적 정서를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훈련을 해서 자생력을 더 증진시켜야 했다. 그래서 EQ 자생력 프로그램 중 ‘정서 주도’와 ‘정서 촉진’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우선 아이가 지닌 분노의 수준을 점검했다. 결과는 30점 만점에 27점, 상당히 높은 점수가 나왔다. ‘분노 수준 점검하기’는 검사지에 쓰인 10개의 문항에 그 정도를 표시하는데, 주로 화를 낼 때의 감정 상태나 화를 내는 강도, 지속 시간 등을 체크한다. 점수가 나오면 분노 온도계로 표시하여 시각적으로 본인의 분노 정도를 알수 있다.

Ⅱ. 영수의 분노 온도계

영수는 분노 수준을 점검하고는 자신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며 신기해하면서도 막상 온도계가 끝까지 채워지자 부끄러워했다. 이어서 정서를 주도하기 위한 과정으로 들어갔다. 정서를 주도하기 위해 선택한 활동은 영수를 힘들게 하는 분노의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아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수정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분노의 원인을 찾기 위해 ‘나를 화나게 하는 것’,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화났던 일’,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를 쓰게 했다. 그리고 ‘화가 났을 때 어떤 행동을 했는가?’, ‘화를 내고 난 다음 마음은 어땠는가?’ ‘주변 사람들이 내가 화난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를 적게 했다.

‘엄마, 선생님, 동생, 제멋대로 재부팅되는 컴퓨터. ’이것이 영수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들이었다.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화났던 일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똑바로 앉아라”라고 지적받은 일이었다. 이 일에 왜 화가 났을까? 다른 친구들 앞에서 창피하게 자신만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화가 났을 때 아이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영수는 공격적으로 반응했다고 적었다. 화를 내게 한 선생님에게 왜 자신만 미워하는지 따지고 책상 위의 물건을 집어 던졌다. 선생님은 자신의 질문에 “성장기에 자세가 나쁘면 척추에 무리가 가니까 지적했다”라고 답해주었다고 한다.

적어놓은 글을 읽은 뒤 아이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지적한 이유를 말씀하셨잖아. 그것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니?”

“죄송한 마음이 들긴 했는데 죄송하다고 하면 친구들 앞에서 더 창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 앞에서 자신만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화가 났고, 혼이 난 이유에 수긍하면서도 친구들 앞이라 인정할 수 없었다는 반응을 통해 영수는 생각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Ⅲ. 구체적인 활동

우리는 분노의 원인을 파악한 뒤 ‘분노 다스리기’ 활동으로 이어갔다. 이것은 마음과 생각을 다스려 분노를 잠재우는 방법을 배우고 습관화해주는 활동이다. 영수에게 가장 최근에 경험한 선생님에게 지적받고 화를 냈던 일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스려보라고 제안했다. 그 상황이 다시 일어났을 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지 묻자, 아이는 세 가지를 생각해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수업 시간에 교실을 나가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 외에도 심호흡과 ‘괜찮다’고 말하기, 명상하기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한 걸음 나아가 세 가지를 함께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분노 다스리기에 이어 ‘생각 다스리기’ 활동으로 넘어갔다. 생각 다스리기는 화를 내기 전 단계로 돌아갔을 때를 상상하며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이다. 영수는 선생님께 지적받은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행동과 말을 고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지적한 선생님을 향해 화를 내기보다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고, 게임을 하다가 컴퓨터가 갑자기 꺼졌을 때 엄마나 동생을 무조건 의심하기보다 “컴퓨터가 자꾸 꺼져요. AS를 받아야겠어요”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분노 다스리기는 화가 난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고, 생각 다스리기는 화가 났을 때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화가 난 상황을 조리 있게 정리해 진정 효과를 준다.

Ⅳ. 정서를 촉진 하기

EQ 자생력 증진 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은 정서를 촉진시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학습자에게 긍정적인 정서를 불어 도전 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EQ 자생력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인 ‘책임감 증진하기’, ‘도전 의식 갖기’가 그 일환이다. 책임감 증진하기는 학교에서, 가정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임무가 요구되는지 파악하여 책임감을 증진시키는 활동이다. 영수 역시 이 활동을 진행했다.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불편한 존재, 두려운 존재였던 영수는 이를 통해 본인 스스로 책임감 있는 역할자이며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는 친구들에게 더 이상 무서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전에는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책상 위에 그냥 엎드려 있었어요. 애들이 저를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제는 먼저 다가가고, 화도 내지 않고, 화가 나도 심호흡 다섯 번 하고 화를 가라앉힐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는 컴퓨터 게임도 하루 한 시간씩만 계획을 세워서 할래요. 좋은 오빠, 좋은 아들이 되고 싶어요.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도전 의식 갖기로 이어가보았다. 도전 의식 갖기는 본인에게 도전할 만하다고 느끼는 것을 정리해보는 활동이다. 설령 그 도전이 현재는 인기 없고 가능성이 그다지 보이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영수는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서 도전 의식 갖기 활동으로 컴퓨터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더 세분화하여 생각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게임 시나리오 작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이유를 묻자 꽤 구체적인 답을 내놓았다. “무작정 하는 게임보다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 더 재미있거든요. 이겼다고 무조건 레벨업되기보다는 스토리에 의해 진행되면 게임하는 맛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컴퓨터 게임 시나리오 작가에 도전하고 싶어요.”

아이는 여러 활동을 하면서 빌 게이츠의 일화를 담은 책을 읽었는데 아마도 남들보다 빨리 예측하고 행동으로 옮긴 빌 게이츠의 실행력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를 자신에게도 적용한 것 같았다.

영수는 EQ 자생력 프로그램으로 변화되었다. 마지막 정서 촉진 활동에서 자신의 별칭을 바꿔보는 시간을 가졌을 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별칭 바꾸기’는 EQ 자생력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진행한 ‘나의 별칭 만들기’의 최종 점검이다. 영수는 처음에 자신의 감정 스티커를 고를 때 화난 표정을 고르더니 ‘성난이’라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정서를 주도하게 되면서 웃는 표정의 스티커를 골라 ‘활짝이’라고 별칭을 바꾸었다.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했는데 영수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었다. “앞으로 화를 내기보다는 활짝 웃을 거예요. 더 이상 친구들이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될래요.”

Ⅴ. 부모님과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와의 상호작용

영수나 민선이 모두 EQ 자생력 프로그램으로 몰라보게 바뀌었다. 자신의 정서를 들여다보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도 인식하게 되었고, 관계에 정서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았다. 또한 정서지능으로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소속된 집단 속에서 책임감을 느끼며, 새로운 도전 의식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내 사랑하는 자녀의 건강한 삶을 위해 부모님은 성적이나 지능지수 못지않게 내 자녀의 자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다스리는 정서 능력의 중요성을 가정의 상호작용에서 중요시 할 필요가 있다. 정서 능력은 학업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필요한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녀의 정서지능을 키워 자생력을 깊게 할 필요가 있다. 정서지능을 드높여 자생력의 뿌리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감성적 창의력인 자생력을 위한 E-CLIP(Emotional Creative Leadership Improvement Program)은 바로 AI시대에 자생력을 교육하는 출발이며 성장하는 우리의 자녀를 교육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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