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숙대 명예교수, 한국영재교육학회명예회장)
송인섭(숙대 명예교수, 한국영재교육학회명예회장)

Ⅰ. 혼공은 학습자의 미래를 창의적으로 만든다.

안타깝게도 아직 까지 우리 교육은 타인에 의해 통제되는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가 시켜서’ ‘학교에서 하라고 하니까’ 공부라는 걸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기 싫지만 억지로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행위’가 된다. 게다가 공부와 연관 검색어는 성적, 대학이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공부란 비단 교과 내용을 떠나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투입하는 행위다. 읽고 싶은 책을 집어들 고 온전히 내용에 빠져들어 읽는 것이 공부다.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을 결과물을 상상하며 진실한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공부다. 즉 공부는 대상이 무엇이든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자기를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과 상통한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가짜 공부다. 물론 억지로 타인에 의해 통제되어 공부라는 걸 해서 성적을 올리기도 하고 좋은 스펙을 쌓기도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이후의 발전과 확장은 어렵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알아준다. 해외에 나가서도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상을 휩쓰는 등 한국 학생들이 맹위를 떨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다. 원인은 하나다. 주체적인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성취감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에의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기에 의해 공부를 하면 흥미가 유발되고 그것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연결된다. 한마디로 이 렇게도 해보고 싶고 저렇게도 해보고 싶은 주체성이 생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타인에 의한 수용적 학습은 그러한 경험을 쌓 을 기회를 안 주니 흥미가 사라진다.

매년 OECD 49개국이 참여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적은 5위권 안에 드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역시 실력은 알아주는 한국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민낯이 드러난다. 각 과목의 흥미도를 살펴보면 꼴찌이 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MIT 미디어랩의 미 첼 레스닉 교수는 초등 교육용 코딩 언어인 스크래치를 개발한 사람이다. 그가 한국 학생들과의 코딩 수업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코딩 과제를 내주고 어느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스크래치 사이트에 30개의 똑같은 코드가 올라와 있더란다. 처음에 그는 같은 프로그램이 여러 번 복사된 버그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서로 다른 주소에서 등록되어 있었다. 30명의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운 프로그래밍 방법 그대로 코드 를 짰기에 모두 똑같은 코딩이 되었던 것이다. “도대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레스닉 교수는 이렇게 반문한다. 코드는 시와 같아 누구도 똑같이 만들 수 없는데 똑똑하기로 유명한 한국 학생들은 그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여 미국 사이트에 업로드까지

한 것이다.

똑같은 복제품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적이고 개별적인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기술과 접목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진짜 공부, 이 혼자 공부하기를 시작하면 이러한 시대에 대 비할 수 있다. 왜일까. 앞서 공부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온전히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듯, 혼공은 자기 의지를 가지고 자기 시간을 통제하여 자신의 전략을 만든다. 주체가 온전히 자 신이 되기 때문에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고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다. 이것은 자기주도학습 개념을 넘어선다. 자기주도학습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학습에 적용하는 것이었다면 혼공은 학업뿐만 아니라 생활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자신이 주체가 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 축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혼공을 통해 자아가 강해지는 것 이다. 여기에 혼공의 폭발력이 있다. 일단 스스로를 알게 되면 자신 있는 것과 자신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강점을 강화해 나간다. 자기결정권, 자기주도권이 강력하게 작용하여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영역을 창의적으로 만들며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창의적인 영역에 대한 점검과 평가까지 스 스로 하기에 다음 전략을 짤 수 있고 더 깊은 단계로 이어지는, 평생공부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Ⅱ.새로운 미래, 혼공력을 원한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리드먼이 인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우리는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 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당연히 미래 인재상도 고민해 봐야 하는데 그 덕목은 AI시대 인재상과 결을 같이 하면서 좀 더 가 속화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라는 게 요지다. 이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과 같은 능력이 아니다. 자신 이 주도적으로 자기 일을 이끌어 나가는 연습을 할 때 길러지는 내면적 역량이다. 여기에 혼공의 중요성이 있다.

세상엔 수많은 혼공의 모델들이 있다. 세상을 주도하는 사람 들 대부분 학교를 버릴지언정 혼공을 통해 자기만의 영역을 만 들었다. 그렇다고 학교를 등지는 게 혼공의 시작이란 말은 결코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자신 있는 것을 찾고 그 분야를 즐기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여 노력함으로써 독특한 영 역을 만들어 냈다. 이를 위해 걸림돌이 되는 것은 과감하게 포 기하는 용기도 있었단 말이다.

특정 연예인을 소개하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혼공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 다. 유일하게 좋아하고 인정하는 연예인 박진영은 혼공의 좋은 모델이다. 공부를 잘해서? 아니다. 그는 영원한 딴따라로 남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를 그 누구보다도 주도적으로, 왕 성하게, 또 철저하게 살아가고 있다. 분야가 공부가 아닐 뿐, 내 가 말하는 혼공의 정신을 제대로 꽃피우는 이다.

40년 넘게 교육계에 있으면서 나 역시 수많은 박진영들을 만났다. 혼공의 길을 택한 그들은 성적이나 대학 등의 기준을의 영역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단언컨대 그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똑똑하다. 모든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권리 가 있다. 우리는 그 권리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 물론 혼공에 정 도(正道)는 없다. 100명의 아이들에겐 100가지 혼공법이 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 모두가 다른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 가운데 혼공의 전략이 있을 뿐이다. 이제 혼공의 시대가 열렸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있는 그대로 아이를 인정해야 한다. 지금껏 타인 주도적 학습, 수용적 학업으로 이끌었던 행동을 멈추고 아이들 이 자신의 주인이 되는, 자아를 형성해 갈 수 있도록 과감히 광 야의 문을 열어야 한다. 온실 속에 키워 콩나물로 자라게 할 것이 아니라 광야로 내보내 콩나무가 되도록 응원해 주어야 한다. 혼공이라는 광야의 문을 열어 주자.

 

저작권자 © 시사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