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는 40대 남성 배모 씨가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후 고향에 암매장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범행 동기에 대해 "갑자기 화가 났다"고 주장하며 금전적 문제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죄송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19일 오후, 두꺼운 패딩과 털모자,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배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혐의를 인정한다"고 답했다. 계획적인 범행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갑자기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문에서 배씨는 "금전적 문제로 살해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범행 사실을 숨기려 예천에 간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어머니를 왜 살해했냐"고 다시 물었을 때, 그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법원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통장에서 30만원을 왜 인출했냐"는 질문에는 "어머니가 전날 통장에서 돈을 찾아달라고 해서 전부 다 뺐다"고 대답했다.

배씨는 지난 10월 19일 오후, 의붓어머니인 70대 이모 씨를 금전 문제로 다투다 살해한 후 경북 예천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예천은 이 씨가 사별한 전 남편이자 배 씨 친아버지의 고향으로, 배 씨는 고시원에서 살면서 일용직 근로자 생활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의 수사는 동사무소 복지 담당 직원 A 씨의 신고로 시작됐다. 윗집에서 개가 계속 짖어대는 소리에 동사무소에 연락한 후 현장에 나온 A 씨가 지난 13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이 씨의 휴대전화는 사별한 남편의 고향인 경북 예천 지역에서 꺼져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실종신고 접수 이틀 만에 이 씨의 통장에서 30만원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살해 의심 사건으로 전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배씨는 경찰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휴대전화를 끄고 도주했으며, 도주 이틀 만에 수원의 한 모텔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이후 예천의 한 하천 갈대밭에서 암매장된 이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 사건은 한 가정 내에서 발생한 금전적 문제가 어떻게 비극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