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Ⅰ.공부는 잘해도 사회성은 떨어지는 아이

IQ와 EQ를 넘어 SQ-spiritual quotient, 관계지수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아무리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사회이지만, 거미줄처럼 네트워크화된 사회 속에서 관계지수는 시대적 요구사항이다. 『EQ 감성지능』에 이어 『SQ 사회지능』을 내면서 인간의 지능 변화에 지속적인 연구를 해온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 그 역시 이런 시대 변화에 맞춰 SQ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학자다. 그는 인간 지능의 패러다임이 개인의 능력인 IQ와 EQ를 넘어 사회적 능력인 SQ로 진화하고 있고, 사회관계가 뛰어난 이들일수록 일의 성과도 높다는 통계를 밝혔다.

골먼 박사의 주장은 나 역시 자생력을 연구하면서 깨달은 바다.

Ⅱ. SQ와 자생력의 관계

우리 연구팀은 아이들의 SQ와 자생력의 관계를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사회성이 좋은 아이들일수록 변해가는 사회에 보다 잘 적응하고 무엇보다 협응하는 역량을 발휘하는 등 자생력의 기본 요건을 잘 갖추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SQ를 증진시키는 자생력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한 내담자인 영희는 평범하고 모범생에 가까운 아이다. 성적은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느 것 하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에 그리 눈에 띄지는 않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잘 유지하고 있는 편이었다. 그런 영희에게 고민이 있었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학습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어떤 점에서 어려운지 확실히 말하기 힘들어하고, 그 이유를 찾는 건 더 힘들어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묻자 대답을 잘 못하고 자신감도 결여되어 있어 위축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에게라도 고민을 털어놓으면 좋으련만 영희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영희를 비롯해 부모님 역시 걱정이 태산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혜숙이는 영희와는 조금 다르다. 혜숙이는 활발한 아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아이는 친구 관계도 좋았는데, 이상하게도 시간 관리에 젬병이었다. 혼자서 숙제를 하거나 장기간 시험공부를 할 때면 의지력 부족으로 한 시간도 공부하지 못했다. 시험 기간에 계획을 세워 공부해 보지만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거나 지루할 때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여 계획한 바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이 때문에 엄마의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계획만 잔뜩 세워놓고 실천은커녕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딸에게 잔소리가 잦아졌고, 아이는 엄마가 원망스러워 짜증을 내거나 다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희와 혜숙이 두 사람은 모두 일차적으로 학습 동기가 부족해 보였다. 자신을 잘 모르고, 학습에 소극적인 태도는 동기가 결여된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희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진로나 꿈에 대한 자신감과 열의가 적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혜숙이도 다르지 않았다. 장래에 되고 싶은 꿈도 있고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친구가 더 좋아서 결심을 저버리곤 했다. 의지통제 부족은 실천력을 떨어뜨려 성취도에도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게 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 스스로도 답답해하는 와중에 가장 가깝게 관계를 맺은 이들(엄마)에게 압박을 받으면 학습적 측면은 물론 정서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두 아이의 동기를 유발시켜 이를 통한 자생력 강화를 시도하는 한편, 더 근원적인 문제인 ‘관계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특화된 자생력 프로그램 중 하나인 ‘SQ 자생력 프로그램’을 적용할 필요가 있었다. SQ 자생력 프로그램은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의사소통 및 대인관계 기술을 훈련시킨다. 또한 그룹 활동으로 여러 갈등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다양한 상황의 팀워크 훈련으로 혼자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한다. 자생력의 필요조건인 협업과

리더십, 융합의 모든 기능이 녹아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동기주도 자생력 프로그램으로 두 아이의 내적 동기를 발현할 수 있게 다양한 활동을 했다. 혜숙이의 경우는 잘 해보려고 하지만 매번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실패한 경험이 실망감으로 작용하고 있었기에 실패 다스리기 활동을 통해 동기를 증진시킬 수 있었다. 영희의 경우는 학습에 대한 목표 의식을 세우고, 진로 탐색 활동으로 자신에게 가장 합리적인 진로를 찾아보면서 동기를 증진시킬 수 있었다. 다만 두 아이 다 동기가 증진되는 효과는 있었으나 관계에서 오는 문제 때문인지 여전히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Ⅲ.SQ 자생력 프로그램

우리는 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Q 자생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SQ 자생력 프로그램은 관계 속의 자기 이해 기술 → 커뮤니케이션 기술 → 그룹 활동 기술 → 대인관계 기술 → 관계 확장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차이가 있는데, 혜숙이의 경우 친구 관계는 좋지만 엄마와의 관계가 틀어졌기 때문에 이를 회복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갈등 해결에 필요한 ‘그룹 활동 기술’ ‘대인관계 기술’에 중점을 두었다. 모든 관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영희는 보다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따라서 ‘관계 속의 자기이해 기술’,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먼저 영희에게 관계도를 그려보라고 했다. 자신을 중심에 두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변 인물을 포함시켜 그리는 활동이다. 관계도 하나만으로도 사회성을 엿볼 수 있는데 영희는 관계도가 꽤 단출했다. 자신의 주변 인물로 꼽은 사람이 부모님과 친오빠, 영어를 함께 공부하는 친구, 짝꿍 정도였다. 관계도에는 본인이 가깝다고 느끼는 이들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다는 설명에도 영희는 머뭇거리면서 관계도를 마무리 지었다. 아이는 폭넓은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있지 않으며 특별히 마음을 여는 사람도 극소수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누군지 묻자 오빠라고 대답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묻자 자신은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편이며 어렵거나 곤란한 말을 해야 할 때는 엄마랑 주로 대화한다고 답했다. 생각보다 관계지수가 닫혀 있다.

이번에는 ‘타인의 시선’ 활동을 시작했다. 내가 바라본 내 모습과 다른 사람이 바라본 나의 모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활동이다. 영희에게 평소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쓰게 했다. 자신이 바라본 자신의 모습에는 ‘착하다, ‘얌전하다’, ‘책 읽기’, ‘생각하기’, ‘발표 안 하기’ 등을 적었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바라본 모습에는 ‘차분하다’, ‘침착하다’, ‘답답하다’, ‘얘기 좀 해’라고 적었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이 결과를 보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써보게 했다. 영희가 뽑은 공통점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 차이점은 ‘조용한 성격 vs 답답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이런 차이점을 네가 발견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평소에 친구들이 ‘너는 어때? 얘기해봐’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그때마다 저는 ‘아무거나’라는 말을 썼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저를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희는 공통점은 자신의 평소 모습으로 인정하고, 차이점은 똑같은 성격일지라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이해했다. 비로소 ‘관계 속의 자기이해’의 첫걸음을 뗀 것이다.

Ⅳ. 부모님과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와의 상호작용

부모님은 가정에서 자녀의 SQ와 자생력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성이 좋은 아이들은 사회에 보다 잘 적응하고, 자생력의 기본 요건을 잘 갖추고 있음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내 자녀의 학습 동기를 극대화 힐 필요가 있다. 자신을 잘 모르고, 학습에 소극적인 태도는 동기가 결여된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 자녀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진로나 꿈에 대한 자신감과 열의가 적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한지 등을 파악하여 자녀와 함께 자신감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관계지능을 키워 자생력을 깊게 하라. 자녀의 감성적 창의력 교육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관계지능을 드높여 자생력의 뿌리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감성적 창의력인 자생력을 위한 E-CLIP(Emotional Creative Leadership Improvement Program)은 바로 AI시대에 자생력을 교육하는 출발이며 성장하는 우리의 자녀를 교육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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